“여야 대결 구도로 승부를 내겠다.”대통령의 국정 일선 퇴진 요구 등 연일 고강도 대여 공세를 거듭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궁극적 노림수는는 6월 지방선거를 거쳐 12월 대선까지 현재의 첨예한 대결구도를 이어 가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일견 당연한 것 같지만 노풍(盧風)이 불어 닥친 지난 40여일 동안 대여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비로소 내린 결론이다.
혼선의 대표적 사례가 이념 논쟁을 촉발한 이회창(李會昌) 전총재의 ‘좌파적 정권’ 발언. 노풍 때문에 정권 공격의 효과가 반감되자 이념 문제를 꺼내 노풍 견제를 시도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색깔론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많았다.
한 당직자는 “이 전총재가 노풍을 지나치게 의식, 대응을 서두르다가 두고두고 부담이 될 짐을 떠 안았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터져 나온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 의혹과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폭로는 공세의 초점을 다시 여권에 맞출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됐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이를 통해 노무현(盧武鉉) 고문을 ‘부패ㆍ무능 정권의 계승자’로 보다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노풍 영향권에 들어 간 영남권의 동요도 막을 수 있으리란 계산이다.
실제로 당 여론조사 기관인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23일 “대여 파상 공세가 시작된 이후 노 고문의 지지율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영남에서 이 전총재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에서 반(反) 민주당 기류가 확산되면서 노 고문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여 전면전은 당 결속과 비주류의 운신폭 축소를 불러 노 고문이 추진할 정계개편을 사전에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장외 집회와 대통령 탄핵 추진 등 극한 수단을 불사하는 것은 공세와 충돌의 파장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계산된 선택이다.
이런 정황은 현재의 가파른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한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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