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4월24일 미국 의회가 스페인에 선전을 포고함으로써 미국-스페인 전쟁이 터졌다.전쟁의 직접적 계기는 식민 모국 스페인에 대한 쿠바인들의 반란이었다.미국의 공식 입장은 학정에 시달리는 쿠바인들의 독립을 돕는다는 것이었다.그것은 문명 세계의 빛을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신(神)이 미국에 맡긴 짐이라는 허위 의식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 옷을 벗겨 내고 보면 미국-스페인전쟁은 전형적인 제국주의 전쟁이었다.미국 정부와 일부 자본가들은 세계 최대의 설탕산지인 쿠바를 포함해 카리브해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만들고 싶었다.그리고 더 나아가 패퇴하는 스페인 식민주의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서태평양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싶었다.퓰리처의 '뉴욕 월드'나 허스트의 '뉴욕 저널'같은 신문들은 미국 정부와 자본가들의 탐욕을 애국심으로 축성하며 일반 시민들을 선동했다.전쟁은 해를 넘기지 않았다.그 해 12월10일 파리에서 체결된 강화조약을 통해 미국은 푸에르토리코,괌,필리핀을 새 영토로 편입했다.쿠바는 법률적으로 독립했지만,1959년 카스트로가 이끈 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사실상의 미국 식민지에 지나지 않았다.미국은 이 전쟁을 통해서 카리브해를 내해로 만드는데 성공했고,태평양을 내해로 만들려는 장기적 계획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파리는 강화조약의 무대로 가장 선호되는 도시다.미국-스페인 전쟁 외에 근세 이후 큰 전쟁과 관련해 파리에서 체결된 강화조약만 꼽더라도 7년전쟁의 해외식민지 부분을 마무리한 1763년 조약,미국 독립을 확인한 1783년 조약,나폴레옹 전쟁 뒤의 1815년 조약,크림전쟁 뒤의 1856년 조약,제2차세계대전의 연합국과 일부 추축국 사이의 1947년 조약 등이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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