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우리는 똑같이 9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대해 평준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유아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중국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열도 결코 우리에 뒤지지 않는다. 피아노 영어 등 과외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다.
대도시에서는 초등학생 1 명에 우리 돈 30만원 정도의 과외비를 들이는 것도 예사다.
중국도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고시’로 대학입시를 마무리 짓는다. 그 해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수(중국은 重考)하는 학생들도 많다.
후발개도국이라는 공통의 입장과 전통적으로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는 이처럼 비슷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두 나라의 교육은 다른 점이 많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으나, 중학교부터 ‘중점학교’라는 일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을 예로 들면 모두 458개의 중학교가 있지만 그 중 중점학교가 36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시(市)가 실시하는 시험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중점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중점학교는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하여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도를 충실히 하기 때문에 별도의 과외수업과 경제적 부담이 필요 없게 된다.
어느 학교에 들어가도 학원이나 개인교습 등으로 학습을 보충해야 하는 우리와 다르다.
평준화정책 실시하지만 중점학교ㆍ반편성 제도등 능력주의 교육시스템 운영
중학교에 입학하면 테스트를 통해 개인별 수준에 맞도록 반을 편성한다. 일차적으로 학교선택을 통해 이미 수준에 따른 구분이 이루어졌지만, 반편성으로 다시 한번 ‘품질의 균등화’를 꾀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같은 반에 셈도 못하는 학생과 삼각함수를 푸는 학생이 뒤섞여, 학생과 교사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은 방지되는 셈이다.
어느 학교, 어느 교실이건 교사는 균등화한 학생들에게 맞춤교육을 서비스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9,000여만 중고등학생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중점학교나 반편성 제도에 대하여 아직껏 불평의 목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자기에게 맞는 수준의 교육이 가장 좋다는 것을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교육도 그랬다. 우리도 30여년 전 소위 일류학교의 경우는 학교공부로 충분했고, 아닌 경우는 학원이나 과외로 보충을 해서 입시 준비에 나름의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이만큼 경제적으로 성공한 데는 기본적으로 교육에 힘입은 바가 컸다.
개혁개방 후 20년으로 이미 세계 6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 선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없던 자원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서 솟아 나올 것이 아니라면 21세기에도 우리나라를 이끌어 줄 것은 교육일 수 밖에 없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능력주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중국과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평균주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은 과연 어느 쪽에 미래의 경쟁력이 있을까.
고광석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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