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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내가 너무 가벼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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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내가 너무 가벼운 그녀

입력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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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누군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까. 특히 만만한 어린애들을 보았을 때는 확률 100%.“예쁘게 생겼다” “아빠(엄마)보다 낫다”는 말이 가장 애용되지만 차마 이런 말이 어려울 때는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말로 대신한다.

혹시 공부 못하는 아이가 이 말을 들었다면 자신을 책망했을 수도 있고, 실제보다 너무 똑똑해 보이는 자신의 외모를 탓했을 지도 모른다.

할: “로즈마리는 최고야. 유머 있고 착하고 똑똑하잖아.”

스티브: “잘 들어. 미인은 안 그래. 더군다나 (미인이라면) 너한테 친절하지도 않고.”

뚱뚱한 로즈마리에게 푹 빠진 할(최면에 걸린 할의 눈에 로즈마리는 완벽한 미인이다)을 걱정하는 친구의 말이다.

“로즈마리는 100㎏도 넘는 뚱보잖아.” 이 한마디면 될 것을…. 이런 교양있는 태도는 영화 결말에도 영향을 미쳐 할은 최면에서 깨어나 로즈마리의 현실을 보게 되어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사랑을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관객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는 커녕 “가증스럽다” “멍청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눈요기로 영화 내내 날씬한 로즈마리만 비추다피치 못할 경우에만 뚱뚱한 로즈마리를 살짝 살짝 비추는 카메라 전략은 이런 분노에 짜증을 보탠다.

한 미국 관객은 IMBD(미 영화 데이터 베이스)사이트에 “그들(피렐리 형제 감독)의 영화 ‘덤 앤 더머’(멍청하고, 또 멍청한) 수준의 결말”이라는 평을 올려 놓기도 했다.

그러나 어차피 상업영화다. 120㎏으로 분장한 ‘뚱보’ 기네스 팰트로가 호리호리한 기네스 펠트로보다 더 오랜 시간 노출됐다면 영화는 망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외모의 갈등을 다룬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이 비디오용 영화로 전락한 것도 같은 이치다.

어설픈 위로는 신랄한 비판보다 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항상 ‘어설픈 위로’ 전략을 선택한다.

영화는 적은 관객의 칭찬이 아니라, 많은 관객의 욕을 먹고 큰다. 그래서 많은 영화는 ‘비즈니스’에 가깝다. 컷!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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