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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뛰어난 음식문화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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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뛰어난 음식문화 알리자

입력
200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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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일본에서는 한국음식이 붐을 이루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한차례 한국음식 붐이 일었으나 다소 주춤한 상황이었다.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라면에도 '김치라면''육개장라면'등 한국식이 늘고있으며 '돌솥비빔밥집'은 할인마트나 백화점 푸드코너에서 필수가 됐다.슈퍼에서도 뜨거운 물만 부으면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육개장이나 김치찌개 일회용 팩을 판다.단지 오래 전부터 많았던 한국식 갈비집은 광우병 여파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구음식이 일본인 식생활에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인데,한국에 오래 살고 한국인 아내와 함께 살며 자주 가정식 한식을 먹는 나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한국 음식은 일식과 비길 정도로,어떻게 보면 일식보다 훨씬 종류가 다양하다.

일본의 대중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지 않은 것도 많지만 한국의 식당이나 분식집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일본인,특히 20~30대 젊은 층 기호에 잘 맞는 편이다.한국인은 '일본인이 매운 맛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의 젊은층에게는 당치 않은 이야기이다.그들이 평소 먹는 음식에 매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직접 보면 그 선입견은 금방 풀릴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요리로 정착되어 있는 음식이란 것이 고작 비빔밥 불고기 빈대떡 육개장 김치찌개정도에 불과하다.그 몇가지가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개척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일본인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즐겨 먹는 음식의 대부분 역시 몇가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의 젊은 층들은 잡지나 가이드북,텔레비전 특집 등을 보면서 그곳에 자주 등장하는 것만이 한국음식의 전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언론에 나오는 것이 불고기 비빔밥 김치찌개이니 달리 구제할 방법도 없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느 음식을 열거해 보겠다.비빔밥 김치찌개는 기본이고,된장찌개 부대찌개 순두부 콩비지 쫄면 떡볶이 라볶이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돼지갈비 삼겹살….이하는 생략한다.이런 음식은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요리인데도 일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 찾아오게 된 사람들만 겨우 몇 가지를 맛볼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나는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강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문화'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의 음식문화에 관한 세계의 인지도는 한심할 정도이다.중국,프랑스등 세계의 음식대국과 동등하게 경쟁할수 있는 기호를 한국은 그냥 놓치고 있다.서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음식축제를 연다든가,신당동 떡볶이 골목,신림동 순대 골목 등 한국도시의 명물인 '먹자골목'을 세계를 향해 홍보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또 거꾸로 해외에 사절단이 나가서 한국음식 홍보전에 나서는것도 좋을것이고,정부의 지원을 통해 세계 주요도시에 한국의 대중음식점을 열어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관광진흥과 위상제고를 위한 비교우위 아이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한국이 왜 '음식'이라는 훌륭한 카드를 썩힌 채 그렇게 엉뚱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이다.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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