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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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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입력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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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지난달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을 2년간의 유예기간 뒤에 전면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 방송사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지역 방송사들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허용은 지역 방송사의 중계기능을 박탈, 지역 방송을 고사시키는 처사"라며 허가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내년 3월 출범하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등은 "위성방송의 정착도 중요하다"며 "지역 방송사도 이를 계기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벌어지는 갈등은 한마디로 우리 방송의 구조적 문제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문제의 발단은 절대 부족한 방송 콘텐츠 때문에 지상파 3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위성방송의 등장 때문이다.

거대 지상파 3사와 정면 대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목을 메는 것은 정당성은 없다.

더구나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방송법의 애매한규정 역시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고 재송신을 불허하는 현상유지정책이 최선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재송신이 허용될 경우 생존문제에 봉착할 지역민방이나 MBC지방계열사들이 지금까지 지역에 밀착해왔었는가를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우후죽순처럼 허가된 지역민방 구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또 SBS 지역중계국 수준의 지역민방이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한 비판에서 MBC 지방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MBC 문제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지역MBC가 지역방송으로서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지상파 방송 개혁 또는 MBC 구조조정이 논의될 때마다 지역사 문제가 장애가 되어왔다.

그러므로 별로 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는 우리 방송의 내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시장체제로의 전환은 정치적으로 봉합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역방송사 스스로 거듭나기 위한 자구책을 강요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비록 짧기는 하지만 2년 유예기간을 두고 지역방송을 육성하겠다는 방송위원회의 결정은 최선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차선책일 수 있다.

여기서 최근의 수많은 주장에 대한 소감을 피력한다면, 우선 방송위원회의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자는 것이다.

"만일 KDB가 서울지역 수신기를 다른 지역에도 보급한다면…" 등과 같은 주장이다.

그것은 차후 규제되어야 할 문제지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논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만 유리하게 해달라"는 식의 주장도 없었으면 한다. "지상파 재송신은 반대하지만 우리방송 권역만은 확대해 달라"는 식의 주장은 불합리하다.

이제 우리도 불법과 합법, 그리고 정치적 구호가 뒤범벅이 된 방송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쩌면 이번 지상파 재송신 논란이 전환점일 수도 있다.

▶반대-윤석년(광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동시 재송신을 수도권 당해 구역은 당장 허가하고 2년 후에는 전국에 허가한다는 방송위원회의 방침이 전국 26개 지역방송사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위성방송은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전파를 서비스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허가는 사실상 전면 허용이나 다름없다.

단일 방송 권역의 실시는 지역방송의 생존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 지역방송사 광고수입의 대부분이 중앙의 방송을 지리적으로 보장된 지역에 중계하면서 얻기 때문이다.

지리적 방송 권역 보장이 위협 받는다면 지역방송의 광고 수입은 점차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지역방송의 광고판매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주로 스파트 광고 판매가 대부분이다. 50분 짜리 TV프로그램에 20개의 광고를 팔 수 있는데 많아야 5개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에 중앙 방송사의 광고판매율은 90%를 웃돌며 연말에는 거의 100%를 판매한다.

지난 해 몇몇 지역민방은 수치상으로 상당한 순이익을 올렸지만, 만약 IMF 때 인력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또 방송 권역의 지리적 확대로 인한 광고단가의 재조정이 없었더라면 결코 이룰 수 없었다.

올해 경기 침체로 말미암아 각 지역방송의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은 2~3년 내에 디지털로 전환하는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역방송사가 부담해야 할 디지털 전환 비용은 거의 1년 매출액에 맞먹는다.

비용 마련을 위해서는 매출액의 증가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MBC 지역 계열사의 경우 지난 4년간 매출액 증가율은 연 평균 3~4%에 불과하다.

만약 위성방송을 통한 동시 재송신이 실현된다면 오히려 매출액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지역의 경제적 자원은 지역방송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없는 구조적 현실에 처해있다.

지역방송의 광고주는 주로 서울 및 수도권에 소재하며 지역 광고주는 수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광고비 집행도 아주 미미하다.

이런 구조적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영호남 언론학자 68명은 지난 11일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위성을 통한 지상파재송신이 지역방송 뿐 아니라 지역여론 형성과 지역문화 창달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역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한다면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정책은 원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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