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약 제조 혐의로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사형이 집행된 신모(41)씨 사건에서 드러난 외교 당국의 무신경한 행태는 우리의 자국민 보호 업무 현주소를 보여준다.정부는 신씨 등이 체포된 1997년 9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건 발생을 통보받은 이후 재판 추이를 추적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1999년 신씨에 대한 중국의 1, 2심 법원으로부터 사형 판결이 내려지고 3심 판결이 나기 두달전인 2000년 6월에서야 공문을 통해 중국측에 관심을 표시했다.
그 후 사형 확정 판결(2000년 8월)이 나고 사형이 집행된 지난달 25일까지 당국은 1년 이상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당국은 사실상 신씨에게 사형이 확정된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당국은 또 사형당한 신씨와 함께 체포된 공범 정모(62)씨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무관심해왔다.
지난해 11월 하얼빈에서 신장 및 간장 질환으로 옥사한 정씨에 대해서 정부는 정확한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한국인에 대해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던 전례만을 믿고 있다.
허술한 자국민 보호 행정은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교당국은 중국내에 수감된 한국인 규모에 대해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한 당국자는 "마약사건으로 수감된 인원은 18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더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신씨 사형집행 등과 관련,중국측으로부터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으며,정부도 선처를 요청한 사실도 없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씨가 한중 형사 사법공조조약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형 확정이나 집행 사실 등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신씨 가족 등이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집행유예 등 감형을 부탁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씨 처리 방법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현실적으로 중국측이 신병인도를 거부할 경우 대응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외교적 행태에도 문제가 많다. 국제적인 '빈 영사 협약'37조에 따르면 외국인을 체포한 정부는 체포사실과 사망 사실을 해당국에 즉극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당국은 우리 정부가 이달 23일 상황을 문의하자 '신씨 사형 집행과 정씨 사망'을 알려 주었다. 중국 정부는 이달 19일의 한중 정상회담,20일부터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정치적 요소를 감안,늑장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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