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해법은 사법개혁 뿐이다
알림

[아침을 열며] 해법은 사법개혁 뿐이다

입력
2001.09.27 00:00
0 0

면접시험때 법과대학을 지망생들에게 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자네가 검사인데 만약 피의자로형제자매나 친구가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면접대상자 대부분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자세로 엄정히 다루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한다.어떤 학생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겠다”고 대답한 기억도 새롭다. 제발 지금 바로 이순간, 면접 때처럼 초지일관(初志一貫)하라고 주문하지만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권력형 비리사건을 보노라면 과연 정의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 법조인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최근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로 인하여 사회정의의 보루인 검찰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단순한 검찰조직의 위기가 아니라 법의 신뢰에 대한 붕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직 실체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소문만 무성하지만 비리와 부정의 뒤에 검찰을 비롯한 국세청, 금감원등 권력기관의 비호세력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주장되고 있다.

이번 이용호 사건은 우리사회의 얽히고 설킨 끈끈한 연에서부터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특히 폐쇄적인 법조계에서 학연 지연 혈연은 정의에 우선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연결의 고리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옷로비사건 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눈물로다짐한 적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이 신뢰하는 법조인상을 세우기는 어렵다.

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엄정한 법집행은 더욱 중요하다.‘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있듯이 엄정한 법집행이 실종되면 국민의 법에대한 냉소만 증폭되고 신뢰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단골개혁과제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법개혁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법학교육개혁을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가 다루어지는 듯하다가 슬그머니끝났다.

특히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검찰조직개편을 비롯하여 기소독점주의,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검찰개혁과제는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형사소송절차의 개선정도로 끝났다.

사법개혁의 중심과제는 무엇보다 법조인양성제도의 개선에 초점을맞추어야 한다. 현행사법시험 제도아래서는 그야말로 품성이 바르고 국제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누구든지 어떻게든지 시험만 합격하면 만사가 해결되니 학문간의 균형있는 발전이 저해되고 신림동 고시학원이 성업중일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교육부에서는 신림동 고시학원까지 정식 법학교육학점취득기관으로 인정하여 날개를 달아주었으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우리와 비슷한 법조양성제도의 틀을 유지하던 일본은 뒤늦었지만 국제경쟁력있는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전문법학대학원제도를 도입하였다.

독일 법학자 볼프(ErikWolf) 교수의표현처럼 “법률가는 결코 사랑받을수 없지만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존재”이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정한 법집행을 하는 법조인의 탄생은 제대로 된 교육에서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의만 무성하다가 법조계의 반대에 부딪치면 실종되는 사법개혁으로써는 소모적인 논쟁과 함께조직의 사기만 저하되고 국민들의 신뢰만 멀어져 갈 뿐이다.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요란법석을떨 것이 아니라 사법시험제도를 비롯한 법조인력양성제도,전관예우문제, 그리고 연수원제도 등을 철저히 점검하여 문제점을 하나하나차분하게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의의 법복을 입고 법치주의의 선봉으로서 국민의 편에 서는 법조인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백태승 연세대 법대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