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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국] (5)서부 개척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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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국] (5)서부 개척시대 개막

입력
2001.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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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西部)의 현대화 없이 중국의 현대화도 없다.’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올해 착수할 서부대개발 프로젝트 12건을 결정, 발표하면서 서부대개발의 중요성을 이처럼 표현했다.

21세기 중국의 명운이 서부대개발의 성패에 걸렸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재정의 70%와 대외차관 80%를 서부대개발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중국판 서부개척 시대가 열리고 있다. 충칭(重慶)직할시를 비롯, 쓰촨(四川),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간쑤(甘肅),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등 10개 성ㆍ시ㆍ자치구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 전체가 거대한 공사판으로 바뀌고 있다.

서부지역 면적은 중국 전체의 56%로 한반도 면적의 28배나 되고 인구로는 2억9,00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중국 전체 수자원량의 82%, 천연가스의 86%, 석탄의 36%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묻혀있는 약속의 땅이다.

서부대개발은 점→선→면의 단계별 개발전략을 선택했던 중국식 경제실험의 최대 난제이자, 숙원이다.

1978년 덩샤오핑은 개혁ㆍ개방을 시작하면서 ‘용두용미(龍頭龍尾)’론을 내세웠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용머리(동부 연안)를 먼저 잘 살게 하고(선부ㆍ先富) 이런 성과를 나중에 용꼬리(서부 내륙)로확산(후부ㆍ後富)시켜중국의 고른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동서간극심한 빈부격차와 지역갈등이라는 넘기 힘든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곳에는 중국 전체 극빈층 8,000만명 중 절반이 살고 있을 만큼 개혁ㆍ개방정책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

서부지역의 소득수준(1999년말 기준)은 513달러로 동부(1,228달러)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 머물고 있어 국가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부의 불만은 또 소수민족의 불만으로 연결돼 있다. 소수민족의 80%가 이곳 서부에 살고 있다.

이외에도 또 하나의 사회 불안요인인 실직자 문제 해결의 포석도 깔려있다.

개혁ㆍ개방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1,000만명이 넘는 샤강(下崗ㆍ정리휴직) 노동자를 흡수하기 위해선미국의 뉴딜정책에 해당하는 서부개발이 불가피하다.

서부대개발은 경제대국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서기동수(西氣東輸) 서전동송(西電東送) 남수북조(南水北調) 팔종팔횡(八縱八橫).’

중국 서부 대개발을 총지휘하는 국무원 서부개발판공실 리쯔빈(李子彬) 부주임의 간략한 표현이다. 서부의 자원과 전기는 동부로, 남쪽의 물은 북쪽으로 보내 중국 전체를 잇는 사통팔달의 교통ㆍ통신망을구축하는 것이 서부대개발의 주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그 규모와 공사투입 금액을 들여다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서기동수 프로젝트의 핵심은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지인 신강 타림분지에서 상하이까지 4,212㎞를 가로지르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서전동송은 남한의 전체 수력발전량에 버금간다는 산샤(三峽)댐 등 대형 수력ㆍ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남ㆍ중ㆍ북 3개노선으로 나누어 광둥(廣東) 화둥(華東) 화베이(華北) 지역으로 내보내는 계획이다.

남수북조는 창장(長江)유역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가는 것이 골자다.

징항(京杭)대운하를 거쳐 톈진(天津)까지 이어지는 동부노선을 비롯해 후베이허(湖北河) 남쪽 경계의 딴장커우(丹江口) 저수지 물을 베이징(北京)까지, 창장의 물을 황허(黃河)까지 총 연장 4,000㎞에 가까운 3가지 노선 공사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팔종팔횡은 서부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교통과 통신분야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부지역의 도로밀도는 1㎢당 7㎞로연해지역의 29㎞에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 한해 예산과 맞먹는 7,000억 위안(112조원)을 투입, 서부에 35만㎞의 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과 부산을 400번 이상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전장 1,925㎞의 칭하이(靑海)-시장(西藏) 철도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전역을 통해 유일하게 철도가 통하지 않는 시장을 연결하게 될 이 공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간에 건설되는 최장의 철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뼘의 철도와 도로, 항로를 더 건설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이다.

린쭈무(林兆木) 전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서부대개발은 10차5개년 계획의 핵심으로 지역경제 구조조정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만리장성을 몇번이나 쌓고도남을만한 대역사를 마무리 짓고 한마리 거대한 용으로 비상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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