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역사교과서가 외면당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 성향 지역에서도 이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는 시민단체들의 거부운동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일본에서는 이례적인 풀 뿌리 차원의 상향식 운동이 정치권을 동원한 하향식 운동보다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특파원의 분석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갑자기 돌출된 사건이 아님에도 그 파문은 엄청나다. 반일 목소리가 화산 폭발하듯 일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곧 단절될것 같은 분위기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의 각종 교류도 중단되고 있다.
민관(民官)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강경한 모습이다보니, 어떻게 그런 발상을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철도청의 열차 내 일본어 안내방송 중단 번복 소동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을 무대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공연 계획조차 꺼내지 못했다.
■외교적으로야 강하게 나가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지만, 정도가 지나쳐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안될까 우려되는 부문이 적지 않다.
1992년 1월8일 이후계속되어온 일본대사관 앞 ‘수요 시위’가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일장기를소각했고, 일본대사관측이 이를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경찰로서는 외국대사관 부근 일정 거리 내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법의 규정을 어길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 숨을 돌리고 우리의 자세를 돌아볼 때가 됐다. 교과서 등 양국의 과거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같은 사건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일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것이다. 감정적 처리는 쾌도난마와 같이 마음에 후련함을 줄지는 모르지만, 잘못된 매듭을 풀지는 못한다.
우리의 논리가 합당하다면 우선 만나야 한다.상대방이 피하더라도 우리가 나서야 하는데, 요즈음 사정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일본측 양심세력과의 협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여론을 움직여 행동을 바꾸는 것은 결국 일반 시민 들이다.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 채택 거부 움직임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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