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1989년 공산권의 붕괴에 우파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들은 “이제자본주의, 자유주의 외에 대안은 없다”며 역사의 종언, 이데올로기의종언을 선언했다.
90년대 이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이를 입증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유명한 좌파 사회과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거꾸로 말한다. 세계자본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이자 유일하게진정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지식의 구성물인 근대적 사회과학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돼 종언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는 진보의 필연성을 믿지 않는다. 지금의 근대세계체계는 50년 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 다음에 무엇이 올지, 그게 더 나은 체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근대세계 체계에 도전하고 저항해온 반체계운동이나 그것이 근거로 삼은 이단적 사상들조차 ‘자유주의에 포섭되어’ 위력을 잃었다는 진단은 사뭇 비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가능성에 열려 있으며 우리는 더 나은 체계를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근대적 사회과학의 종언과 관련해 그는 철학과 과학을 분리해온 기존 전제를 극복하고 재통일된 지식체계에서 사회과학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
이 책은 뚜렷한 전망이나 대안을 전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을 고하면서, 그것이 모든 것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ㆍ창작과비평사 발행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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