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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자랑스러 애덤, 부끄러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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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자랑스러 애덤, 부끄러운 우리

입력
200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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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따스한 4월 5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 경기장에 많은 관중이 모였다. 이 날의 스타는 시구(始球)를 한 애덤 킹(9세)이었다.1995년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의 오인호(당시 4세)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썩어 가는 희귀 질병과 양손 손가락이 붙은 중증장애를 가졌었지만 이날 야구장의 애덤 킹은 철제 의족으로 걸어서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애덤 킹을 통해서 장애인들은 소년의 서툰 말이지만 "희망과 용기를 가지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감동을 받았고 소년의 양부모 밥 킹(48)씨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다.

그런데 애덤 킹의 시구를 보면서 감동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 해외입양 장애아 애덤 킹이 아니라 국내 입양 장애아로 자란 오인호가 왜 그 마운드에 설 수 없었을까.

야구장에 초대된 장애인들은 애덤 킹으로부터 어떤 희망의 공을 받았을까. 아직 세상을 느낄 수는 없지만 입양원의 영아들과 보육시설의 아동들이 받은 공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실 '애덤 킹'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치부 같은 것이다.

절망과 부끄러움이 가슴을 눌렀다. 우리 사회의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잘못된 복지 정책이 어우러져 오인호가 아닌 해외입양 장애아 애덤 킹이 시구하도록 해 버린 것이다.

이제는 가정이 필요한 아이에게 우리 사회 안에서 가정을 제공하고 우리의 자식으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식구는 아내와 딸아이 둘, 쌍둥이 아들 이렇게 6명이다. 큰 딸아이부터 막내 아들까지 이름이 차례로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다.

쌍둥이 두 아들은 입양한 아이들이다. 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사랑스런 내 아들들이니까 어려울 리가 없다.

정작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두 아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고 우리 가족에 대한 염려다. 우리는 한 가족으로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말이다.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나 애덤 킹에 대해서는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라도 들어서려고 하면 사생결단을 하고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시선과 이중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 애덤 킹은 자랄 수 없다.

황수섭·부산시 서구 암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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