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안타까움을 어찌하오리까.그 자상한 음성, 그 묵직한 뿔테 안경, 그 인자하신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한국 사진계의 거목이신 선생님의 서거야말로 그 어떤 이별보다도 아픈 통곡입니다.
우리는 미아리 언덕을 걸어서 넘던 가난한 예술학도로서, 선생님께 인생을 배웠고 사진을 배웠습니다.
그때 그 어려웠던 시절, 선생님의 크신 사랑과 가르치심은 모두의 필름에, 그리고 저마다의 가슴에 선명하고도 찬란한 상으로 맺혀있습니다.
선각자의 길은 험난하고 고단한 여정이라 하였습니다. 사진의 학문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가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던 암울한 시기. 선생님은 '생활주의 사진 운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담는 사진운동을 주창하셨고, 사진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고독한 투쟁을 전개해오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야말로 척박한 땅에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선 선각자의 표상이셨습니다.
선생님은 많은 일을 하고 가셨습니다. 사진인을 위한 일이라면 선생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고, 심려를 끼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높으신 은 공, 하늘처럼 우러러 보면서 여기 모인 후학들은 다시 한번 선생님의 넓은 그늘을 온 몸으로 받고 있습니다.
아흔을 바로 앞에 둔 연세에도 개의치 않으시고, 어제까지 카메라를 메고 촬영에 임하셨던 참다운 사진가의 모습으로 살아오신 선생님을 흠모하고 존경합니다.
선생님! 이제는 다시 뵈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고이 잠드소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유경선ㆍ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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