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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한파' 남대문시장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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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한파' 남대문시장은 조용하다

입력
200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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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지방상인 '뚝'… "하루매출 밥값도 안돼"16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평소 같으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날을 대비, 제수용품과 선물을 사는 손님들로 한발 내딛기조차 버거울 때지만, 한낮 주택가 골목길 같은 한가로운 분위기다. 열흘째 계속된 폭설과 혹한이 설 대목마저 얼려버린 것.

각종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노점상의 3분의 1 정도는 아예 물건을 진열하는 리어카를 커다란 자물쇠로 걸어잠근 채 철시해 버리는 바람에 남대문시장의 익숙한 풍경인 '골라! 골라!'하는 외침조차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손놓은 상인들끼리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앉아 뽀얗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동파(凍破) 경제'를 한탄했다.

간간이 흥정 모습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성사되는 일은 드물었다. 물건값을 깎는 맛에 재래시장을 찾은 서민들이 매서운 추위로 상인들과 길게 얘기할 겨를이 없기 때문.

신모(55ㆍ여ㆍ서울 관악구 봉천10동)씨는 "때마침 시골에서 대입 논술을 치르는 조카가 올라와 구경나온 것이지, 이렇게 추운 날에 재래시장에서 장 보려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는 외국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시장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폭설로 항공노선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다 너무 추워서 쇼핑에 나서는 관광객이 없다"며 "외국인 손님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트류 노점상 주모(37)씨는 "매출액이 평소 20% 이하로 떨어져 어제는 문을 닫았다"며 "하루종일 물건을 팔아봐야 그날 밥값도 못건져 가게 문을 닫는 편이 낫지만 집사람 눈치 때문에."라며 울상을 지었다.

시장 건물 안에 매장을 갖고 있는 상인들도 얼어붙은 경기에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원종민(52)씨는 "손님요? 없어요, 없어"라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나 지게꾼, 음료수 노점상 등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칼바람이 부는 시장 거리에 마냥 서있기.

지게꾼 손재수(53)씨는 "장사가 안되는데 물건 배달할 일이 어디 있겠냐"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고, 커피와 꿀차를 파는 김순화(55ㆍ여)씨는 "어제는 연탄가게가 문을 닫아 장사를 못했고 오늘도 오전 내내 꿀차 다섯 잔을 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대문시장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지방 도매상들의 구매도 추락하는 수은주만큼이나 떨어졌다. 새벽마다 전세버스 80여대를 대절해 시장 일대에 극심한 교통체증까지 일으키며 물건을 떼어가던 지방 상인들이 꽁꽁 얼어붙은 고속도로와 공항 사정 때문에 발이 묶인 것.

16일 새벽에는 지방 상인들이 타고 올라온 차량이 50여대에 불과했고 그나마 강원도와 제주도 등 폭설 피해가 심한 지역의 상인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남대문시장 주식회사 곽명용(60) 홍보과장은 "사나흘 후면 본격적인 설 대목의 시작인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모두가 그냥 손놓고 넘어갈 판"이라고 걱정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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