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수능 출제과정 문제많다"
알림

"수능 출제과정 문제많다"

입력
2000.12.13 00:00
0 0

■'망신'당한 교육평가원"국가기관이 일개 입시학원보다 못 맞춰서야 말이 됩니까."

12일 2001학년도 수능 성적을 받아든 교사, 학부모들사이에서는 수능 출제 담당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공언한 목표도 맞추지 못하는 평가원의 출제방식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3~5점 낮아진다더니

당초 평가원측은 수능 출제를 앞둔 10월,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을 75점 선에서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시험 당일인 11월15일에도 평가원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상위 50% 평균성적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76.5점으로 낮춰 지난해보다 400점 만점으로 3~5점 떨어지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와 입시학원들의 분석,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성적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평가원측은 꿋꿋히 "성적 발표 이후 보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을 연 결과는 평가원측이 꼼짝없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됐다. 상위 50%의 평균점이 무려 84.2점으로 출제목표치보다 8점 가까이 오르고 400점 만점으로 26.8점이 올라버려 평가원의 공언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서울 K고 3학년 부장교사는 "이번 사태는 국가기관의 공신력 문제"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학원보다 못한 분석력을 갖고 있는 평가원을 평가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왜 실패했나

평가원측이 밝힌 난이도 조절 실패의 표면적 이유는 언어영역의 난이도 조절 실패. 지난해 언어영역이 너무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쉽게 내다보니 너무 쉬워졌다는게 난이도 조절 실패의 변이다.

하지만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출제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들이 현장감이 떨어지는데다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들간에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능 시험 실시 직후 출제를 맡은 교수진과 검토를 담당한 교사진간에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올해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현직교사는 "출제위원단 내에서도 변별력이 없어져 시험으로서 기능까지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해 이 같은 소문을 확인했다.

수리탐구Ⅰ에서 두드러진 역배점 문제도 난이도 조절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어려운 문제에는 높은 배점을, 쉬운 문제에는 낮은 배점을 두어온 관례와 달리 올해는 어려운 문제에는 낮은 배점을 줘 변별력 상실의 빌미를 제공했다.

▲ 내년 수능 대책은

전문가들은 '난이도 조절 실패'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교사들의 현장감이 더해지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당장 교수들의 반대로 올해 무산됐던 각 영역별 교사 출제위원 참여도 난이도 실패 재발을 막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도순 평가원장은 "학생들이 수능 문제 유형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며"출제위원과 검토위원간의 대화를 통해 난이도 조정이 제도화돼야 하며 검토위원 수도 늘려야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박도순 교육평가원장

수능 출제를 담당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도순(朴道淳) 원장은 12일 수능시험 채점결과를 발표하면서 출제 실패를 인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지난해 어렵게 출제됐던 언어영역을 쉽게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너무 컸다. 또 제2외국어영역을 처음 치르는데다 과목별로 난이도를 똑같이 하는 데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결과적으로 너무 쉬워졌다."

-한두해 출제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혼란이 야기된 것은 문제 아닌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는 데.

"그 정도 안나오는 시험은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미국 수능(SAT)도 만점자가 숱하게 나오지 않나."

-어려운 문제에 낮은 점수를 배정한 역배점은 문제가 안되나.

"구체적인 배점은 출제위원들이 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 수능이 문제인데 대책이 있나.(박 원장은 연말로 퇴임한다)

"출제위원에 경험 많은 교사를 많이 포함시키고 검토위원 수도 더 늘려야 한다.

특히 협력위원과 검토위원의 의견을 출제위원들에게 더 잘 받아들이도록 난이도 조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수능이 올해처럼 쉬워도 되나.

"수능은 상위 50% 집단의 평균이 75~80점 정도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올해 상위 50% 평균이 84.2점인데, 그렇다면 내년 수능은 평균 5점 (400점만점 기준 20점)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야 한다고 본다." 박 원장은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기자들이 "솔직히 결과를 보고 놀라지 않았느냐"고 묻자 "맞다"고 털어놓았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