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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생활'하는 현대인에 집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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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생활'하는 현대인에 집은 무엇?

입력
200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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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展 로댕갤러리아시아와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10여명이 참여하는 이색 전시회가 2001년 1월 28일까지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들은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서도호, 올해 광주 비엔날레와 타이페이 비엔날레에 초대됐던 태국의 스라시 크솔웡, 영국 왕립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거기에 있음' 에 참가했던 네덜란드의 작가그룹 B.a.d 등이다.

'My Home is Yours, Your Home is Mine'(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이라는 전시명이 암시하듯, 이 전시회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경험을 공유하고 체험하는 장이다.

이들의 총연출자는 세계무대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인정 받고 있는 프랑스의 제롬 상스와 중국의 후한루이다.

올 가을 제롬 상스는 타이페이 비엔날레, 후한루는 상하이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각각 활약했다. 제롬 상스는 이번 전시회를 "작가들이 서로 연관되고 협동하는 집단적 종합전"이라고 특징 짓는다. 단순한 그룹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시에서 작가들은 우리에게 각인됐던 장소로서의 집의 개념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외국으로, 혹은 도시로 이주하는 '유목생활' 이 현대인들의 일반화된 삶이 됐으며 이제 집(Home)은 가정과 모국, 고유문화와 자아정체성을 뜻하는 넓은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로댕갤러리의 투명한 유리 파빌리온의 벽은 반짝거리는 알루미늄판으로 뒤덮였다. 금속판의 반사빛 때문에 관객은 어질어질하면서도 신나는 음악과 함께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도호는 헝겊으로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옮겨다 놓았으며, 스라시 크솔웡은 태국의 특산품과 가전제품으로 장식한 '럭키 서울 2000'이라는 경품행사를 연다.

관람객들은 추첨을 통해 전시 작품(태국의 특산품)은 물론 작가의 태국 집까지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작가 자신의 집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이벤트를 통해, '너의 집은 나의 집, 나의 집은 너의 집'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자비에 물랭(프랑스)과 고하마 이즈미(일본)는 등에 배낭처럼 매고 다니다 방석처럼 깔고 앉을 수 있는 다용도의 패디백을 이용한 '홈웨어' 라는 작품을 보여준다. 배낭이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의상이자 앉아서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것이다.

일본작가 오자와 츠요시는 일본의 '캡슐호텔'과 '노숙자의 집' 을 나란히 설치, 관객들에게 현대 아시아인들의 삶의 실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야마이데 준야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시계를 빌린 후 이를 골판지 상자 안에 담아 천장에 매달아 놓고 '사람이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시간 뿐'이라며 관객들에게 ' 어떻게 그 시간을 소유할 것인지' 생각하도록 만든다. 덴마크의 얀스 하닝은 '외국인은 입장 무료' 라는 갤러리의 티켓박스 프로젝트를 맡았다.

또 김소라와 김홍석이 함께 꾸민 '리빙룸' 에서는 TV를 시청할 수 있으며 심지어 전화로 자장면도 배달 받아 먹을 수 있다. 가족들과 전시회를 보다가 출출할 때 한번 실행에 옮겨보면 어떨까. 썰렁한 경제분위기 속에 얼어붙은 관객의 발길을 어떻게든 끌어보려는 전시회의 발상이 깜찍하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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