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금강산 연봉은 흰 눈에 덮여 눈이 부셨다. 계곡의 수많은 담(潭)과 소(沼)에는 초록의 물빛깔이 선연했다. 눈은 아직 낮은 계곡을 덮지는 않았다.그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를 남한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지나 가며 산과 계곡의 고요를 깬다. 하루도 빠짐없이 1,000명이 넘는 남한의 사람들이 만물상과 구룡폭포를 찾아 금강산을 누빈다. 양이 질을 변화시킨 것일까. 그 사이 금강산 주변은 많이 변했다.
■지난주 금강산을 다녀왔다. 금강산의 경치는 역시 볼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금강산'은 아니었다. 감명을 받았으되, 그 풍광과 경치 때문은 아니었다.
감명은 다른 것에 있었다. 같은 민족 다른 체제, 금단의 땅 금강산에 비로소 와 내 발로 걷고, 그들과 말을 나눈다는 것 등에 잠시 콧잔등 시큰한 감명을 받는다.
■현대가 만든 온정각휴게소는 금강산 관광의 전진기지나 다름없다. 드넓은 휴게소 경내에서는 쇼핑도 할 수 있고,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교예(서커스)를 관람할 수도 있다.
가게에는 북한산 관광상품도 그럭저럭 많았다. 부근에는 호화 온천장도 만들어 놓았다. 진짜 온천물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물은 좋았다.
환경과 시설이 그만하다면 관광객의 마음을 편케 할 터이다. 그러나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공연히 관광객의 뒤통수를 가렵게 하는 그 무엇, 그것이 시종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
아마도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강고한 이데올로기의 습벽 때문이 아닐까 모르겠다.
■온정리와 온정리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고 한다. 마치 1㎞를 1㎜씩 나아간 것처럼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금강산 산행에서 만나는 북한 안내원들의 태도는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스스럼 없이 답하고, 스스럼 없이 물었다.
어떤 여성 안내원은 남한에 알려진 '김정일 장군님의 근황'을 끈질기게 물었고, 어떤 안내원은 "남한 경제가 어렵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측 관광 안내원의 평가가 그럴싸하다. 그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적어도 온정리에서 만큼은 남북한 사람들 간의 눈높이가 조금씩 편차를 좁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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