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조선항해기 / 바실 홀 지음 / 삶과 꿈 발행고즈넉한 해안에 느닷없이 출몰한 시커멓고 이상하게 생긴 배. 19세기초 조선 해안에 출몰하던 이양선(異樣船)은 새로운 문명의 예고였지만, 한편으로 두 문명의 낯선 만남이었다. 조선인에게 이양선이 호기심과 두려움이 얽힌 당혹스러운 대상이었다면, 서양인에게 조선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10일간의 조선 항해기'(삶과 꿈 발행)는 서양의 시각에서 그려진 조선과 서양문명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다.
영국인 바실 홀은 1816년 라이러호의 함장으로 영국 사절단을 수행해 청나라에 왔다가 조선 서해안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섬 탐사에까지 나섰고, 그 체험을 담아 1818년 '조선 서해안 및 류큐 발견 항해기'를 발표했다. 이번에 번역된 것은 그 중 조선 서해안 부분만을 담았다.
책은 개항기 조선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창이기도 하지만, 당시 동양. 혹은 조선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인식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충남 보령군의 외연도를 스스럼 없이 지질학자의 이름을 따 '허튼 섬'이라고 이름짓기도 하며, 조선인에게서 "야만스런 느낌을 받았다"고도 말한다.
자신이 본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꼬챙이로 개미집을 쑤셔넣었을 때, 개미떼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고 묘사하거나, 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을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로 그리고 있는 점 등에서 서양인의 기본적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김석중 옮김. 7,000원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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