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프로바둑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불패소년' 이세돌 3단과 '바둑계 지존' 이창호 9단 간의 올해 승률왕 경쟁이 시즌 종반에 접어 들면서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연상케 하듯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사실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승률 및 다승 등 기록 부문 경쟁은 별로 바둑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새해 벽두부터 5월 중순까지 이세돌이 파죽의 32연승으로 승률 100%를 달리는 바람에 당연히 경쟁자가 없었고, 8월말까지도 경이적인 승률 90% 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이창호는 올해 첫 대국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패하더니 두번째 대국에서도 최규병 9단에게 지는 등 1월말 승률이 33.3%(1승2패), 2월말에는 50%(3승3패)로 '이창호가 밀레니엄 버그에 감염됐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동안 내리 11승, 드디어 7월말엔 승률 82.7%로 자신의 평소 수준을 회복하고 랭킹 2위로 이세돌의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면서 서서히 레이스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창호가 7월 하순부터 한달간 13연승을 올리며 착실히 승수를 쌓아가는데 반해 이세돌은 8월 하순 이후 10월 중순 사이에 7승 7패를 거두는 데 그쳐 승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9월말에는 이세돌의 승률이 80% 대로 떨어지면서 두 기사의 승률 차이가 5% 포인트 정도로 좁혀졌다.
드디어 10월 13일 이창호가 제44기 국수전 승자 준결승전에서 최철한 3단에게 이기는 순간 불과 0.02% 차이로 첫 역전이 이루어졌다. 결국 10월말에는 이창호 46승 8패(85.19%), 이세돌 64승 13패(83.12%)로 공식 순위가 뒤집어졌고 11월 20일 현재 이창호 85.71%(48승8패), 이세돌 82.72%(67승14패)로 계속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우화 속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훌쩍 앞서 나가던 토끼가 후반 들어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 꾸준한 거북이가 역전에 성공한 형국이다. 더욱이 앞으로의 전망도 이세돌 쪽이 약간 불리한 편. 시즌 막바지에 접어 들면서 최강자들과 대결해야 하는 도전기급의 대국이 많아서 승률을 획기적으로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워낙 미세한 차이이기 때문에 피차 두어 판만 연패해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지난해에도 루이나이웨이(33승 6패, 84.61%)와 이창호(51승 10패, 83.61%)가 승률 1위를 놓고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섣달 그믐날 마지막 대국에서 겨우 순위가 가려졌다.
과연 이세돌이 다시 한번 괴력을 발휘,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이창호가 특유의 '빗장 수비'로 끝까지 밀어붙일지 궁금하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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