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9명 본회의장 입장자민련은 17일 밤 검찰수뇌부 탄핵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 정회 중 열린 의총에서 격론을 벌였으나 당론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당 지도부의 표결 불참 지시에도 불구하고 9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분란이 발생했다.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총리인 이한동(李漢東) 총재를 제외한 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은 "후유증에 대한 검토 없이 투표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며 '투표불참'을 종용했다. 김 대행은 "투표불참은 JP의 뜻"이라며 "어려운 때인 만큼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강창희(姜昌熙) 이완구(李完九) 이재선(李在善) 김학원(金學元) 정우택(鄭宇澤)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 6명은 "표결에 참석하겠다"며 밤 11시55분께 의총장을 빠져 나와 한나라당 의원이 대기중이던 본회의장에 합류했다. 이어 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 이양희(李良熙) 총무, 함석재(咸錫宰) 의원은 자정을 넘겨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 중 강 의원은 아예 "자민련과 JP가 충청권 민심을 다잡고 재기하려면 반드시 탄핵안을 가결시켜야 한다"며 드러내놓고 탄핵에 대한 찬성의사를 밝혔다. 이재선 의원도 "얼마 전 대전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자민련은 곧 없어질 정당'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며 "그런 당을 돕기 위해 아예 투표장에도 들어가지 말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간 9명 중 자정 이전에 들어간 6명은 분명한 투표의사를 밝힌 반면 이 총무 등 3명은 자정을 넘겨 본회의가 자동산회된 것을 보고 입장했다.
이와 관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9명은 모두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입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총무는 "총무라 본회의장에 들어간다"고 말해 투표참여를 주장한 강창희 의원 등을 달래기 위해 입장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한편 당지도부의 강력한 투표불참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의원 중 상당수가 이에 따르지 않아, 자민련은 향후 적잖은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종필 명예총재가 탄핵안이 보고된 이후 강경파 의원들을 맨투맨 식으로 접촉, 투표불참을 권유했으나 대다수가 이를 거절, 총선 이후 약해진 당 장악력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칫하면 탄핵안 사태의 최대피해자는 검찰이 아니라 자민련이 될 상황"이라며 "지도부와 강경파간의 현격한 시각차를 확인하게 돼 뒷수습이 쉽지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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