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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예, 터키에도 4계절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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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예, 터키에도 4계절이 있답니다"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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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평생 단 한번도 외국에 나가지 않고 산다면 그의 시선은 자신의 나라에만 머물기 마련이다.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인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고 자긍심을 갖는 일은 아름답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그 자부심이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무조건 아름답게만 보려는 일은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는 나라에 해를 주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생각을 하니 한국에 와서 겪은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터키는 4월23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매년 축하 행사를 가진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이런 특별한 날을 제정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어린이날은 터키에서 처음 생겨난 것이고 전세계에서 오직 터키에만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었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것이 정말인지 아닌지 한점 의문조차 품지 않았었고 또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5월 5일이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어린이날로 정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크게 놀랐다. 지금도 세상 또 어디에 어린이날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경우가 또 한가지 있다. 내가 한국에 온 이래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터키에는 몇 가지 계절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극지방이나 적도 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4계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서 듣게되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국을 소개하는 영화나 책자를 보면 언제나 한국에는 4계절이 있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제는 왜 이 질문을 내게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엔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예, 터키에도 4계절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은 역시 놀랍다는 듯이 “터키도 한국처럼 계절이군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어찌보면 이런 현상은 놀랄 것 하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런 일일 터다. 그래서 나는 이에 적응하고자 요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

셀축 촐락오울루

한국외대 터키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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