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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일잔치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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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일잔치는 아니겠지요..."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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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투병 이덕만할머니 北아들 위해 차린 '눈물의 생일상'“어머니, 이게 함께 하는 마지막 생일잔치는 아니겠지요.”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인 17일. 안순환(安順煥·65)씨는 50년만에 어머니가 마련해준 생일상을 앞에 두고 회한의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말기 위암으로 투병중인 어머니 이덕만(李德萬·87)씨가 옆에 앉아 “생일을 축하한다. 어여 들어라”며 어깨를 두드리자 어머니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쏟았다. 생일상을 정성들여 마련한 동생들도 고개를 숙인 채 함께 흐느껴 생일잔치는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안씨의 생일은 동생 문환(56)씨와 같은 19일. 그러나 어머니 이씨는 “순환이가 가기 전에 내 손으로 생일상을 차려줘야 한다”며 고집을 부려 이틀전 급작스레 준비가 시작됐고 , 이날 두 아들을 위한 생일상이 마련된 것.

1950년 가을 15세 나이에 가방 하나 메고 “북한으로 가면 학비없이 공부할 수 있다더라”며 떠난 아들 순환씨. 이씨는 아들을 기다리며 50년간 이사하지 않고 이맘 때가 되면 잃어버린 아들 생각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이씨는 13일 위암치료를 위해 입원중이던 서울중앙병원에서 의사들의 경고에도 불구, “순환이가 오는데 내가 누워있을 수는 없다”며 퇴원을 강행했고, 이날 아침에는 “내가 손수 미역국을 끓여 가야 한다”며 부엌으로 나서 가족들이 만류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날 준비한 생일음식은 케이크와 집에서 손수 지은 밥과 미역국. 순환씨가 어릴 적 좋아하던 고사리나물 반찬도 준비했다. 상봉장인 쉐라톤 워커힐호텔 숙소에 차려진 생일상을 놓고 둘러앉은 순환씨 가족들은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노래를 불렀다.

순환씨는 “어머니는 생일 때마다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액운을 막는다며 꼭 수수팥떡을 해주셨다”며 옛날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생일상을 기억했다. 어머니 이씨는 순환씨가 미역국과 고사리반찬으로 밥 한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내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순환씨는 “고맙습니다. 내년에 다시 올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요”라며 어머니께 큰절을 올렸고, 어머니도 “순환아, 너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며 다시 아들을 품에 안았다.

눈물의 생일잔치를 마친 순환씨는 현관까지 나와 “다음 올 때까지 살아 계십시오”라며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오열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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