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상봉장에서 단연 눈에 띈 인터뷰어는 이금희(李錦姬·35·여·사진) KBS 아나운서였다.이씨는 잔잔하고 친근하게, 그러면서도 상봉가족들의 감정을 다치지 않은 채 지난 세월의 한과 만남의 기쁨을 절묘하게 뽑아내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새벽같이 출근한 이씨는 이산가족 상봉 특집방송을 준비하면서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절대 울지 않겠노라고 수없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 다짐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제 주위에는 이산 가족이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헤어진 딸이고 어머니라는 느낌이 왔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어요.”
한참만에야 마음을 가라앉힌 이씨는 맨먼저 남의 어머니 신재순(88)씨와 북의 아들 조주경(68·김일성종합대 수학과교수)씨의 테이블로 다가가 몸을 굽혔다.
“북한의 최고 지성인인 조교수도 50년 동안 아들의 생존만을 기원하며 불공을 드린 어머니 앞에선 그저 어린 자식일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테이블을 도는 동안 이씨의 얼굴은 또 눈물로 젖었다.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들고 울고, 오디오맨은 음향시설을 들고 울었으며, 저는 마이크를 든 채 원없이 울었어요.”
방송이 끝나고 한참 뒤 통화를 하면서도 이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젖어있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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