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한여름밤의 꿈’이 새 옷을 입었다.원전도, 상식도, 여기서는 온전치 못하다.
극단 반(反)의 ‘햄릿_몽중몽’은 햄릿이 오필리어의 시체를 물속에서 껴안고 되뇌이는 말미 17분이 압권. 일체 암전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무대에 동양적 선율에 얹혀 나오는 창작곡 ‘착각’이 허무한 생의 결론처럼 객석을 누른다.
결투나 자살 등으로 모두 죽지만, 숙부만이 남는다.
악이 살아 남는다는 편이 이 시대에 더 어울린다는 구성·연출자 박장렬씨의 세계관 때문이다.
햄릿이 오필리어의 시체를 안은 채 ‘죽느냐 사느냐…’ 대사를 뇌는 장면은 비극성의 절정을 넘본다.
정연천 김도후 최문수 등 출연. 18~9월 3일까지 리듬공간. 월~토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6시. (02)381_5520
같은 셰익스피어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의 ‘신라의 달밤’에는 비극성이 사라지고, 상상력과 유머만 남았다.
고대 그리스 요정의 숲을 신라 시대 서라벌 하늘 아래 대나무숲으로 옮긴 즐거운 무대다.
디미트리어스 헬레너 라이샌더 등 원작의 등장인물이 미홀 옥향 문창 등 모두 서라벌의 젊은이들로 거듭난다.
대사는 완전히 우리말 어투로 고쳐진다. 국악 장단에 화랑 검술무, 광대 탈춤, 도깨비춤에서 따온 몸짓이 어우러진다.
닭싸움, 기마놀이, 씨름 등 전통 놀이 풍경도 빠질 수 없다.
홍창수 극본, 이종훈 연출, 조상원 주성중 임화춘 등 출연. 25~9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야외분수대 노천 무대. 비 내리면 쉰다.
오후 8시. 공연 30분 전까지는 시원한 여름 의상을 테마로 패션쇼도 펼쳐진다. (02)399_1669
‘소나기’도 쇄신의 대열에 동참한다.
애틋한 첫사랑의 응어리를 괴고 살다 현실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테크노 바에서의 자폐적 행태로 치닫는 청년. 극단 독립극장은 ‘황순원의 소나기, 그리고 그 이후’로 그의 주변 풍경을 그렸다.
동료의 배신으로 사업에 실패한 양복, 연예인이 되고 싶어 카메라를 향해 뛰어 내리다 죽은 힙합,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기 천사, 입시 지옥을 탈출한 교복 등 젊은 낙오자들이 모여 몽환의 음악에 흐느적대는 그 곳에 저승사자가 나타나 복수의 칼을 쥐어준다.
7~8일 제 12회 거창국제연극제에 참가해 전회 매진됐다. 류근혜 작·연출, 조원희 박승희 문정언 등 출연. 16일 오후 3시 6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764_876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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