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후 합의문을 발표하겠습니다.” 순간 노·정 협상이 벌어지고 있던 은행회관 14층 회의실 주변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곧 이어 복도까지 가득메운 200여명의 취재진을 뚫고 노·정 양측이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 단상위에 함께 올랐다. 은행 총파업을 둘러싼 5일간의 노·정 마라톤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순간이었다.
○…11일 오후 6시30분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과 이용득(李龍得)금융노조위원장의 독대 형식의 5차협상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회의장 주변에는 기대와 체념이 교차했다.
“합의문 자구수정 작업만이 남았다”“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등 정부측 전망이 완전히 엇갈린데다, 노조측도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
그러나 회의 시작 40분여만인 오후7시10분께부터 재경부, 금감위 실무진들이 속속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상 기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분뒤. 협상 중재를 맡은 김호진(金浩鎭)노사정위원장은 “노·정 대화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렀음을 발표한다”고 밝혀 지난 7일 1차협상을 시작으로 이어진 5일간의 대치국면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정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오후1시 이 금감위원장이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이던 이 노조위원장을 방문하면서부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명동성당 회동’은 파업인원 이탈로 압박감을 느낀 노조 집행부가 정부측에 먼저 제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당초 5만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파업참여인원이 2만명 안팎에 그친 데다 오전을 지나면서 노조원들의 이탈이 가속화해 오후께는 1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명동성당 교육관에서 열린 이 협상에서 정부측은 관치금융 해소 방안 마련, 강제적 합병 배제 등 이날 합의안의 골자를 제시, 상당한 진척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10시30분부터 11일 오후7시30분까지 이어진 21시간여의 릴레이 협상은 5차례의 결렬을 겪는 등 난산을 거듭했다.
첫번째 협상결렬은 11일 새벽2시10분께. 노·정 양측 실무진들이 참석한 2시간여의 실무협상에서 “그런 식으로 하면 무슨 진전이 되겠느냐”는 등 고성이 오간 끝에 노조 실무진들이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어 다시 재개된 실무협상 역시 1시간10여분을 진행한 뒤 다시 노조측 결렬 선언으로 오전4시5분께 무산됐다.
이에 이 노조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과 이 금감위원장을 찾아가 20분간 면담을 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총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총파업이 시작된 오전9시15분께 시작된 실무협상 역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채 2시간여만에 실패했으며, 협상타결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명동성당 협상’ 역시 노조측의 결렬 선언 속에 무산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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