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강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저마다 기득권을 지키면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치열한 외교적 각축전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초반 미국과 중국에 이니셔티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러시아가 내달 푸틴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통해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벌어지는 외교각축은 그래서 뜨겁다.8일 도쿄(東京)에서의 한·미·일 정상간 연쇄회담은 내주초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3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점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고(故)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의 장례식 참석이 계기가 된 조문외교였지만, 3국정상들이 직접 만나 임박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조를 모색한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3국정상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남과 북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 도움이 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일부에서 제기됐던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3국간의 이견설이 근거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3국정상들은 한미, 한일, 미일 등 연쇄회동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북일관계를 진전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되리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분단 55년만에 철조망 넘어 북한땅을 찾는 것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 일본간의 관계개선도 역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북한핵과 미사일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여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고, 김대통령도 어떤 형태로든 북측에 이를 거론할 방침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로마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 이 문제가 상당한 진전을 이룸으로써 김대통령에게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 보인다.
한일 양국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북일관계 정상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모리 일본총리는 북일관계 개선에 지원을 요청했고, 김대통령은 흔쾌히 협력의사를 나타냈다.
분단 55년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해빙의 실마리를 찾으리라는 기대는 미일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은 오는 11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김정일위원장의 참석을 제의했다. 또 미국은 이미 대북 경제제재의 일부를 조만간 해제할 방침도 밝혔다. 북미관계의 진전은 숨찰 정도로 빠르다.
우리는 주체적 역량으로 한반도문제 해결의 싹을 틔웠다.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잃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외교력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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