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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중 '마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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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중 '마늘전쟁'

입력
200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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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산 휴대폰 등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잠정)를 취하자 우리 정부당국은 대체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는 분쟁해결 주체에서부터 혼선을 빚는 등 미덥지 못한 인상을 주고 있다.산업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안만큼은 통상교섭본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된 중대사안인 만큼 대외통상 전문창구에서 맡아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농림부의 입장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

마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정부방침이 이미 정해진 만큼 휴대폰 등을 둘러싼 현 전선(戰線)에서는 한 걸음 비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통상교섭본부의 입장은 떨떠름하다. 부처간 입장차이가 있다면 이를 조율해야 하지만 정책수단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에 대한 자탄이다. 본부 관계자는 “대외경제정책조정회의나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조율을 거쳐 분명한 정부입장이나 교섭 카드를 줘야 총대를 매도 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예견됐던 ‘마늘 유탄(流彈)’을 넋놓고 기다려왔던 것 역시 이같은 조정기능 약화와 대중국 통상전략 부재(不在)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중 마늘분쟁에 대해 AP통신은 ‘Garlic-War(마늘 전쟁)’로 명명했다. 국지적 분쟁양상에서 제2, 제3의 분쟁으로, 나아가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불씨라는 의미에서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내산업 피해에 대해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무역환경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너무 나이브(naive)한 것은 아닐까.

최윤필 경제부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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