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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제2빅뱅](3) 경영혁신없으면 '슈퍼부실銀'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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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제2빅뱅](3) 경영혁신없으면 '슈퍼부실銀'낳는다

입력
200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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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 은행권 판도에서 상위서열(자산 기준)은 일본계 은행들의 독무대다. 1위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코교은행), 2위는 도카이+아사이+산와 통합은행, 3위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 으로 ‘톱3 뱅크’를 모두 일본국적의 은행들이 휩쓸어 버렸다. 반면 도이치은행은 4위, 시티그룹 6위, UBS 8위, HBSC는 10위에 머물고 있다.덩치로 본다면 일본계 은행들은 확실히 세계 최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일본은행들이 도이치, 시티, HBSC보다 선진은행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본계 은행들은 아직도 ‘비효율’과 ‘부실’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고 있다. 연쇄적 짝짓기로 몸집은 불렸지만 정작 중요한 부실정리 점포·인원·비용감축 신금융기법 도입 등은 별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합병은 확실히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려면 총자산규모가 최소 600조원은 넘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엔 90조원대 은행(3월말 현재 국민은행 90조6,000억원)도 별로 없다. 국제금융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최소 체중’에도 미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합병 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영기(李英琪)박사는 “마치 합병만 이뤄지면 은행구조조정이 끝나는 것같은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합병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구조조정수단 중 하나일 뿐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마치 ‘합병을 하면 살고, 합병을 안하면 죽는다’는 식의 이분법적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내고 있지만 아무리 합병을 해도 구조조정과 경영개혁이 없으면 그저 ‘덩치만 크고 둔한 은행’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98~99년의 제1차 은행빅뱅에서 합병을 성사시킨 한빛(상업+한일) 조흥(조흥+강원+충북) 국민(국민+장기신용) 하나(하나+보람) 4개 은행을 보면 뚜렷한 비용절감효과는 발견할 수 없다. 금융영역개척도, 신 경영기법도입도, 부실채권정리도 아직은 합병 전이나 별로 달라진 바가 없다. 인사잡음 등 ‘물리적 통합에 따른 화학적 부작용’마저 엿보이고 있다.

관건은 결국 합병 후 경영능력(Post Merger Management)이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합병은행의 진정한 시너지효과는 오직 과감하고 냉철한 경영혁신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요체는 과감한 부실정리와 비용절감이며, 이 과정을 어물쩍 넘어간다면 은행합병은 ‘슈퍼부실은행’만 초래하게 된다. 주주이익은 외면한 채 정부와 직원들의 눈치만 보는 은행경영진, 당장의 실적에 눈이 어두워 부실정리에 미적대는 경영행태가 지속되는 한 합병은 오히려 금융발전에 짐만 될 뿐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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