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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회, '역사와 문화' 창간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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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회, '역사와 문화' 창간호 발간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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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변방에 주목해야 할 깃대가 세워졌다. ‘밑으로 본 역사’ ‘문화를 통해 본 역사’를 내세운 ‘문화사학회’(회장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가 10일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창립모임을 갖고 반연간 학회지 ‘역사와 문화’(푸른숲 발행) 창간호를 낸 것이다.이들은 그동안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에 밀려 변방에 머물던 문화사를 중심부로 끌어올려 ‘새로운 문화사’를 표방하고 있다. 여기서 ‘문화’는 역사의 한 분야가 아니라 역사를 보는 방식을 가리킨다. 정치·경제·사회 어떤 영역이든 문화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문화적 시각으로 역사 읽기’이다. “역사적 인과 관계의 사다리 맨 꼭대기에 ‘문화’라는 이름의 닭이 올라가 우렁차게 고함치도록 독려하는 것이 새로운 역사학의 본질이다.”(육영수 ‘지성사의 위기와 새로운 문화사’. ‘역사와 문화’ 창간호에서)

‘새로운 문화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1970년대 등장한 역사학의 새 물결이다. 새로운 역사학은 피임의 역사, 광고의 역사, 설탕의 역사 등 기존 역사학이 놓쳤던 영역들을 발견하고 있다. 또, 갑남을녀의 시시콜콜한 일상처럼 그동안 허섭스레기로 취급되던 것들을 당당한 사료로 연구한다.

‘문화사학회’에는 ‘새로운 문화사’에 공감하는 젊은 학자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서양사학자가 중심이지만, 동양사·한국사 전공자는 물론 문학·철학 등 인접과학, 나아가 자연과학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다. 모든 영역을 문화라는 필터로 걸러내는 게 ‘새로운 문화사’의 특성인 만큼, 학문간 교류에 의한 학문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 ‘역사 대중화’가 이들의 목표다.

‘역사와 문화’ 창간호는 18세기 프랑스 화류계 풍속에 관한 ‘구르당 부인의 편지에 나타난 사랑의 공화국’(주명철), ‘유머로 본 동독 사회주의’(최승완), 일상적 삶의 형태로서 문화를 통해 한국 근대성에 접근하는 ‘단단한 근대와 부드러운 근대’(김기봉) 등 흥미로운 논문들이 실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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