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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수들 '섹시전략'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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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수들 '섹시전략'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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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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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가수 '허쉬' '샤크라' 수잔'화제를 만들지 못한다면 데뷔하지 마라.

조성모, H.O.T, S.E.S, 핑클, 터보 등 빅5 스타들이 양분하고 있는 가요계. 이 철옹성의 스타 벽에 도전하려는 가수들의 입성 전략이 점차 선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음반 시장은 조성모의 2.5집 「가시나무」와 「사이버 러버」를 앞세운 터보의 5집에 판매가 집중된 상황이다. 10-20대 가요 청취자들의 입맛이 편식화된 상황에 신인들의 진입 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상황을 뚫기 위해 여가수들은 잇단 「노출」 「섹시」 전략을 들고 나오고 있다. 춤, 뮤직비디오에서 이젠 「선정 전략」이다.

이 부분의 선두주자는 「허쉬」. 조수아(UCLA 피아노과 졸), 김일진(한양대 작곡과 졸) 두사람으로 구성된 허쉬는 첫 앨범의 쟈켓을 누드로 촬영해 화제가 됐던 팀. 데뷔곡 「허쉬」는 이들의 여성스런 분위기와 어울리는 R&B 스타일의 미디엄 템포 발라드곡으로 뮤직 비디오 역시 영상적 완성도 보다는 이들의 「몸매」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이상민 주도의 「브로스」 멤버로 활동하다 독립한 여성 4인조 그룹 「샤크라」 역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고품격 섹시그룹」을 지향한다는 이들의 마케팅 전략은 국내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었다. 프로듀서 이상민, 메이크업 이경민, 뮤직비디오 홍종호, 사진 김중만, 패션 이정우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1인자들이 참여, 그들이 한 가수를 위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만들었다. 샤크라의 은, 이니, 황보, 려원 등 10대 후반~20대 초의 여성 가수들은 섹시함을 강조하는 의상과 분위기로 시선을 잡는다는 전략. 타이틀 곡 「한」은 인도에서 탄생한 「고아 테크노」에 라틴댄스가 가미된 크로스 오버 곡으로 역시 이국적 분위기로 그들의 여성적 분위기를 돋구는 데 주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학과 2년 재학 중 대학을 마치고 지난 10월 말 국내로 들어와 아리랑TV 「팝스 인 서울」의 VJ로 활동하고 있는 솔로가수 수잔(22). 시원스런 외모와 긴머리로 분위기를 만들어 「청순한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다. 유로팝 스타일의 「Shadow」는 수잔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로 실력파 가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곡이다. 보사노바 리듬의 「Cheri Amour(소중한 사랑)」, 라틴 비트의 「돌아와」등 댄스 발라드 등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사실 「섹시 전략」을 갖고 나온 가수는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일단 노래 실력이 합격점이라는 것이다. 교포 출신에 유려한 영어, 여기에 외모와 가창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음반 기획자들은 굳이 「상업적」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이런 섹시 전략을 감행하고 있을까.

기획자들은 『일단 화제를 만들고, 방송에 나가 주목을 받으면 대략 5만장 정도의 음반 판매는 보장이 된다. 실력만으로 음반 판매에 성공할 것이라 믿는 기획자는 이제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음반 시장이 가수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부분에만 치중돼 있고, 이 소비의 기준이 「방송」에서 얼마나 눈길을 끄느냐에 달린 이상 이런 「선정성 경쟁」은 그 양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섹시하다」라는 말을 터부시했던 이전 세대들이 보기에 지금 가수들의 전략은 저급해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흥행 면에서는 성공적인 게 사실이다.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봄 섹시한 여가수의 잇단 등장은 비슷한 카피 가수를 더욱 양산해 낼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노래만 잘하는 가수들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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