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면서 미묘한 지역감정의 뇌관을 건드렸다. JP는 이날 겉으로는 지역주의 해소를 내세우면서도 노골적으로 충청권 정서를 부추겼다.JP는 충남 부여·논산 등지에서의 연설을 통해 『김대통령이 3·1절 축사에서 「영·호남이 전에는 나쁘지 않았으나 5·16 이후에 갈라졌다」고 말한 것은 잘못』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은 5·16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니다』며 『김대통령이 71년 대선에 처음 입후보하면서 영·호남이 두 갈래로 싹 갈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63년 대선때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 빨갱이 시비로 어려웠지만 개표 결과 막판에 「김대중씨」의 고향인 목포·신안·무안 등에서 15만표 가량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며 『박전대통령이 지역을 갈라놓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87년 대선때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후보 등이 호남에 갔을 때 돌맹이가 날아들었지만 호남 사람이 영남에 갔을 때는 돌맹이가 없었다』고 사실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장을 하며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JP는 『영·호남이 갈라져 있을 때도 충청도는 양반이라서 관계를 안했다』면서 『자민련이 결정적으로 많은 의석을 얻어야 동서화해를 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중요한 일은 중부권에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JP가 김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포문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는 이날 「김대중씨」란 호칭을 두차례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가 일각에서는 당장 『95년 지방선거때 「충청도 핫바지」발언을 했던 JP가 다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급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JP의 발언에 대해 일단 『노 코멘트』라며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주문했고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도 『이쪽 화를 돋구려고 한 말인데 우리가 맞대응을 하면 그 의도에 맞춰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충청지역 감정에 불을 지르려는 의도가 분명한 데 이를 비난하고 나서면 말려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까지 평온한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은 3일 선대위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키로 했다. 정대변인은 『김명예총재가 말한 내용중 정치적 수사를 넘어 사실관계가 잘못됐거나 왜곡돼 있을 경우 어떻게 할 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부여=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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