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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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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라"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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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종소리를 듣고 교실에 올라가 출석을 부른다. 학생들의 이탈이 많아 매시간마다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점심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출석을 부른다. 결석 4명. 1교시 이후 등교한 지각 4명, 조퇴1명, 도망간 학생 2명. 출석을 부르고 나면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을 깨우고 이어폰을 빼게 하고 휴대폰을 끄게 한다. 그 다음 수업을 시작한다. 조용한 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제지하고 그 새를 못참아 책상에 엎드려자는 학생을 깨우고… 이건 정말 수업이 아니라 전투다. 교실을 나설 때면 가슴은 무력감으로 미어진다」한 실업고 교사가 지난해 8월에 발표한 글의 일부다. 우리 교육현장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교실붕괴」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한 실업고의 극단적인 경우를 소개한 글이지만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종을 울려주기에는 족하다.

무너졌다는 교실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한국청소년개발원 윤철경 연구위원과 박창남 연구원, 서울 북공고 이인규 교사가 교육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10일 함께 내놓은 「학교붕괴 실태 및 대책 연구」는 의미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우선 전국 24개 중·고등학교 교사 218명과 학생 2,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교실붕괴의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대상 교사의 87%, 학생의 71%가 자기 학교에 교실붕괴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사의 90%, 학생의 72%는 이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교실붕괴를 『수업중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잡담을 하는 등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고, 교사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폭언을 하는 학생들로 수업이 되지 못하는 현상』이라며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불가능하고 교사가 지도력을 상실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학생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특성화 고교 등으로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교실붕괴의 원인중 상당부분은 학교 수업이 학생들, 특히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보고, 교사와 함께 학교개혁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학교비전만들기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제자로부터 112신고를 당해 사랑을 포기한 교사들이 권위를 인정받고 열심히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의 사기를 높여주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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