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을 시작한 가운데 재계도 최근 정치활동 참여를 선언했다.비록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한 각 국회의원의 입장을 평가하는 선에서 그치는 정도라고는 하지만 다른 단체와 달리 「돈줄」을 쥐고 있는 재계가 정치활동에 뛰어들면 정경유착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노동계 등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다른 단체는 정치활동을 하면서 재계만 못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포럼] 경제단체 정치활동 해도되나/찬성
최근 경제단체 정치활동의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재계가 금품의 위력으로 정치권을 휘두를 것이며 이것은 정경유착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판은 노동계 보다 우위에 있으며 재력을 가진 경제단체가 어떻게 일반 시민단체나 노동계가 하듯 점잖지 못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는 재계가 하려는 정치활동의 구체적 내용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경제단체가 전개하려는 정치활동은 노사관계에 국한돼 있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가 궁극적으로 모든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계는 대다수 근로자의 궁극적 권익을 저해하거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파기하려는 입법활동에 대한 감시기능이 그 주요목적임을 이미 밝혔으며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8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선거법에 의해 경제단체도 정치활동이 허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정치활동은 위에 기술한 활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시대가 바뀌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달리 말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권이 신장됐다. 공무원 사회를 제외하면 모든 산업현장에서 노동3권이 완전보장됐으며 자유롭고 폭넓게 정치활동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더구나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경제사회가 투명해지고 있고, 투명해지도록 모든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금권정치에 대한 국민적 감시의 눈초리도 매섭거니와 기업들도 정치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자신을 보존하거나 이권을 챙기던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귀중한 공부를 지난 2년간 했다.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경제단체의 정치활동에 대한 역기능 우려는 시대착오적이며 맹목적인 거부감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조남홍·경총 상근부회장
■[포럼] 경제단체 정치활동 해도되나/반대
재계의 정치활동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해 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쟁점이 되자 느닷없이 「정치활동」을 선언했던 재계는 경제단체협의회 산하에 의정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행태를 한꺼풀 벗겨보면 「재계」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재벌」의 정치활동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경제계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영세기업들의 경우 정치활동은 엄두도 못내고 있을 뿐더러 각종 「준조세」로 경제활동을 방해하지나 말아달라는 것이 정치권에 대한 유일한 주문인 실정이다. 따라서 재계의 정치활동이란 재벌들의 개별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정치활동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정치활동을 공개적으로 펼치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큰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의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는 정경유착이었으며 이것이 결국은 IMF라는 국가위기로 이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재계는 이미 아주 깊숙한 부분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특히 돈이라는 수단을 통해 정치활동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되어 왔다. 이러한 재계의 정치활동이 정치부패와 후진정치를 주도했고 경제위기라는 국민적 고통을 몰고 왔음을 볼 때 재계의 정치활동은 그렇지 않아도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게 할 것이다.
정치부패의 책임자들이 이제 정치활동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합법적 정경유착의 길을 열어놓을 뿐이라는 점을 재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과 여러 시민단체는 더 이상 재벌과 부패한 정치권에게 정치를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다양한 정치활동에 나서고 있다. 몇몇 특권층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이수호·민주노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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