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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3) 환자권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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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3) 환자권리 있는가

입력
200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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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불만 따지다가는 핀잔 듣기 일쑤『아픈게 죄입니다. 의사가 「왕」인데, 인권이니 권리니 하는 것들을 어디서 찾겠어요』

지난 해 말 이모(54·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정기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돼 모 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실에서 대기했다.

『(입원실에) 틀어박혀 수술날짜가 잡히기를 기다렸지요. 담당과장과 레지턴트에게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기다리세요」 「환자가 밀려있어요」라는 말 뿐이었어요. 상태를 물었더니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3일이 지났다. 이씨는 결국 편법을 택했다. 『병문안을 왔던 친구에게 전후 사정을 말했더니 「급행료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대뜸 말하더군요』 담당과장에게 200만원이 든 「붕투」를 건넸고, 회진 돌던 레지던트에게도 100만원을 주었다. 태도가 달라졌다. 수술이 앞당겨졌고, 묻지않은 것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씨는 2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사장이었기에 「환자의 권리」를 돈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들에게 권리라는 표현은 생소할 뿐이다. 「시키는대로 따라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 김모(36·회사원)씨는 지난해 말 딸(8)이 계단에서 넘어져 얼굴 한쪽에 심한 상처를 입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서울 영등포 A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당직의사는 김씨에게 칫솔을 사오라고 했다. 칫솔로 딸의 상처에 박힌 흙조각을 긁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항의하자 의사는 『싫으면 딴 데로 가라』고 소리쳤다. 주부 임모(34)씨는 동네 개인내과에 진료비 내역을 요구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병원 물정을 모른다』는 이유였다.

일부 극단적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병원가기가 두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병원마다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겠다며 「친절」과 「서비스」를 떠들고 있지만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공허할 뿐이다.

우리나라 병원에도 「환자 서비스 헌장」이라는 것이 있다. 의료진의 대(對)환자 서약이다. 그러나 이 헌장이 있는지를 아는 병원조차 많지 않다. 헌장이 있는 병원이라도 서약을 지키는 의사는 거의 없다. 『환자에 밀리고, 세미나 등 진료외 업무에 치이는데 환자서비스 헌장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서울 C병원 내과과장 김모(43)씨의 고백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梁奉玟)교수는 『환자의 권리 중 으뜸은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 혜택』이라며 『환자가 스스로 부당하게 취급당하지 않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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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 진료기록 내용 꼼꼼히 물어야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전문용어 진료기록 내용 꼼꼼히 물어야

선진국 의료기관은 대부분이 「환자 권리장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형병원에서도 환자 권리장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일반적으로 모든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관심과 존경을 받을 권리 의료진의 성실한 대우를 받을 권리 담당 의료진의 전문분야에 대해 알 권리 현 상태, 치료계획, 예후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 치료, 검사, 수술 여부를 선택할 권리 진료상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신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진료비 내역에 대해 알 권리를 갖는다.

이에따라 치료를 받을 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경우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귄리이다. 병원이 공개를 꺼리는 진료비 내역 역시 보건복지부 고시 등을 통해 반드시 공개하도록 돼 있으므로 미심쩍은 점이 있으면 내역제출을 요구해야한다.

의사의 소견, 진단, 처방이 담겨있는 진료기록카드는 현 제도상 의사가 반드시 환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곧 강제규정화할 전망이다. 단 의학용어 한글화가 미진해 진료기록카드 해석에 많은 비용이 들게 되므로 의사가 진료기록카드를 작성하면 내용을 꼼꼼하게 물어봐야 한다. 문의 「인권실천 시민연대」 (02)749_9004, 「서울YMCA시민중계실」 (02)725_1400, 「환자와 그 가족」(http://www.myfamily.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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