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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 왕따시키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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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 왕따시키는 세상

입력
200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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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에 뾰족한 턱, 촌스런 옷차림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못생긴 고등학생 「다리아」.「병들고 슬픈 세상」 이란 TV프로를 즐겨보는 다리아는 거의 웃는 일이 없다. 학생들 사이에선 불청객, 선생님들에겐 괴상한 아이, 왕따의 표본이다. 뱉어내는 말들은 더 심하다. 독설, 냉소, 반어. 지독하게 심성이 꼬여 세상을 조롱하고 경멸한다.케이블 만화전문채널 투니버스(Ch38)에서 매주 토·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애니메이션 시트콤 「다리아」 의 주인공이다.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사건들을 다룬 30분물 시츄에이션 코미디 「다리아」는 그냥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아니다. 미국 청소년 문화에서부터 현대의 일상적 문화까지 파고들어 그 부조리함을 거침없는 대사로 파헤쳐 놓는 심상찮은 블랙 코미디.

다리아 가족이 미국 론데일로 이사를 와 론데일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왕따의 표본인 다리아와 달리 빼어난 미모의 여동생 퀸은 「퀸카」의 표본이다. 관심은 패션과 남자들 사이에서의 인기. 그 주위에는 퀸을 추종하는 남자들로 득실대고 퀸을 차지하기 위한 온갖 추태가 벌어진다. 퀸의 주변인물도 퀸과 비슷하다. 브리타니는 학교 응원단 단장으로 좋아하는 것은 응원, 파티, 쇼핑. 「머리가 빈 금발머리」로 불린다. 그의 남자친구인 케빈은 미식 축구부 쿼터백. 미식축구와 파티를 좋아하고 학교와 세익스피어를 싫어한다.

이런 끔찍한 친구들이 득실대는 학교에 다니는 다리아의 유일한 친구는 제인. 다리아와 함께 보통 피자를 먹거나 「병들고 슬픈 세상」을 보면서 둘은 그들 주위를 둘러싼 문화에 대해 냉소적 대화를 나눈다. 이런 둘의 대화는 맹목적 일상의 늪을 가르고 지나는 날카로운 「뜨임」의 소리이며 마치 버림받은 현자의 자의식에 가깝다. 현자의 시적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문화의 블랙홀에서 직설적인 독설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는 듯.

애니메이션 시트콤 「심슨씨 가족」이 다소 낙천적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문화에 대한 풍자화라면, 「다리아」는 좀더 비관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학교문화를 중심으로 한 미국문화를 도려낸다. 또한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우울한 정서를 걷어낸 좀 더 차갑고 냉정한 애니메이션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다.

「다리아」는 애초 MTV의 대표적 애니메이션인 「비비스와 버트 헤드」에서 두 주인공의 어리석음을 비웃던 동급생으로 몇차례 단역으로 출연했던 캐릭터. 다리아의 촌철살인에 매료된 시청자들의 성원으로 1997년 3월 이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99년 세번째 시리즈까지 만들어진 다리아는 MTV의 여성으로 뽑히기도 했고, 뉴욕타임즈는 「피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의 폭풍」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6편을 수입한 투니버스는 올해 중 후속편을 계속 수입해 방송할 계획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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