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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미술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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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미술계에 바란다

입력
200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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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경진년 새해는 여러모로 시작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마치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 한 점의 추상미술을 감상하는 것으로 일년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새천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 예술 특히 미술문화는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를 걷고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질 높은 삶을 구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과 문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과 행정이라는 양대 축이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이루어 내야 할 과제이다.

올해 한국은 국제적인 대규모 미술행사가 홍수를 이룬다. 이미 국제적인 위치를 선점한 「광주비엔날레」가 3회를 맞이하면서 3월부터 6월까지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가 새 밀레니엄을 맞아 미디어 혁명을 주도하고자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미디어 시티 서울 2000」이 9월과 10월 서울시 전역을, 「부산 영화제」에 이어 부산을 문화축제의 도시로 이끌어 갈 「부산국제아트 페스티발(PICAF)」이 10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한국미술협회가 주도해 연말에 개최 예정인 「2000 서울 트리엔날레」도 한국을 미술의 나라로 이끌어 내는 데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국제적인 미술행사들이 서로 어떤 변별성을 가질 것이며, 또 어떤 모습으로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유명무실한 행사, 이데아가 없는 일회적인 행사는 미술계의 또 다른 분파나 일부 미술인들의 자축행사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많은 소요예산에 대한 확보와 효율적인 운용방안에 대한 검토도 아울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프랑스의 파리 비엔날레나 일본의 동경비엔날레가 왜 폐지되었는지 이즈음에서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미술은 많은 실험적 형태의 예술이 생성되었다 소멸되어 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여기서 미술시장은 미술계의 자정능력을 갖는 거의 유일한 기능을 갖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화랑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은 더욱 활성화하고 작가들의 등단도 대관화랑이 아닌 전문적인 상업화랑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미술인구를 거르고 수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도제교육의 범주나 1900년대 일본교육의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미술교육도 창의성과 현장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습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미술교육을 현대라는 시대적 소명을 토대로 현대적 제도와 학습법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처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인들의 의식변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미술이라는 터전 안에서 부정확한 자기의 문제를 구차하게 이끌어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에게 그만의 방식을 「하지 말아라」 하는 시대에서 「하도록 권하는」 사회를 지나 21세기는 자신이 좋아도 「권하지 않는」 사회, 문화예술계를 꿈꾸어 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야말로 창의력이 흘러 넘치는 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그간의 미술비평이나 미술사 기술방식도 전통적인 시각을 기저로 하되 새롭게 미술을 보고 이를 규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와 책 속에서만 가치를 인정받는 미술비평이나 미술사가 지금까지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담론생산에 치우쳤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자신의 담론, 생산적인 담론의 전개를 위해 새로운 자세를 요구한다.

우리의 20세기가 조한혜정의 말대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회, 자신의 사회를 보는 이론을 자생적으로 만들어 가지 못하는 사회라는 식민성을 벗어나, 우리의 주체적인 시각과 논점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의미와 가치를 이끌어 내는 시론과 화론의 확대가 시급하다.

21세기,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할 일은 많다? 새해의 화두! 시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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