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적고 성악은 풍성하며 실내악은 활발하다. 올해 국내 음악 무대의 전망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거의 없고, 대신 굵직굵직한 성악가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기악 독주자로는 몇 번 한국 무대에 섰던 이들이 대부분이다.가장 큰 관심은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1월 26·27일). 바그너가 「황금 하프」라고 격찬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랜 450년 전통의 독일 오케스트라다.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이 악단은 슈베르트·베토벤·말러·모차르트의 정통 독일 레퍼토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이탈리아의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10월)도 온다.
성악 쪽은 흥분과 기대를 모은다. 「마리아 칼라스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듣는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르티의 공연(2-3월 중)이 추진되고 있다. 확정된 공연은 매혹적인 저음의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와 소프라노 박미혜의 듀오(3월 14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스타 소프라노 홍혜경과 메조 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의 듀오(5월 13·15일), 소프라노 조수미(3월 28일), 「영혼의 소리」를 지닌 장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월 17일), 독일가곡의 정수를 들려주는 바리톤 올라프 베어(6월), 매혹적인 리릭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9월 16일), 바로크음악의 큰 별로 꼽히는 카운터테터 안드레아스 숄(12월) 등.
현악 쪽 새 얼굴은 지기스발트 쿠이겐(2월 22일). 17-18세기 고음악 전문인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라 프티트 방드를 창단한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으로 실내악과 지휘로도 활동 중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6명 중 하나로 꼽히는 안너 빌스마(9월 29·30일)와 그의 제자 페터 비스펠베이(11월 3일)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들고 온다. 전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6월 7일), 길 샤함(11월 11일), 막심 벤게로프(10월 5일)도 한국을 다시 찾는다.
피아니스트로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3월 27일)의 첫 내한무대가 가장 눈에 띤다. 97년 한국 공연이 취소돼 아쉬웠던 거장이다. 베토벤·브람스 전문가 스티븐 코바셰비치(10월 30일), 모차르트 전문가 필립 앙트르몽(11월 8일), 「건반의 철학자」러셸 셔만(11월 20일)도 낯익은 피아니스트.
관악 쪽으로는 21세기 플루트의 새 별로 불리는 임마누엘 파후드(3월 8일), 트럼펫의 젊은 영웅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7월 23일), 리코더의 여왕 미칼라 페트리(12월 20일)가 온다.
실내악은 지난해의 활기를 이어간다. 3월 개관하는 LG 아트센터는 세계적인 보자르 트리오를 비롯해 서울바로크합주단, 코리안 솔로이스츠 앙상블, 96년 내한공연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현대음악의 전령 크로노스 쿼르텟을 초청해 LG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2000(4월 8-15일)을 펼친다. 이밖에 독일 만하임 현악4중주단(3월 24일), 오스트리아 빈 신포니에타(7월 8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현악4중주단(12월 6일)의 공연이 예정돼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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