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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은 따뜻해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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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은 따뜻해야 내린다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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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구름 속의 수증기가 고체가 돼 떨어지는 것이다. 순수한 수증기는 영하에서도 얼지 않는 과냉각(過冷却)상태를 유지한다. 눈은 먼지같은 빙정핵(氷晶核)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결정을 형성한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육각형의 눈결정은 영하 15도정도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에서 형성된 함박눈의 결정이다. 반면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에서는 기둥모양의 싸락눈 결정이 형성된다. 그래서 함박눈이 내리면 상대적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며, 떨어질 때 일부가 녹는 탓에 잘 뭉쳐져 눈싸움에도 제격이다.눈길에 뿌리는 염화칼슘은 어떤 원리일까? 눈은 과냉각상태라 얼음과 물이 섞여 있다. 물이 얼음이 되려면 에너지(융해열)가 필요한데 이 열을 염화칼슘이 빼앗아 얼지 않도록 한다.

눈결정의 크기는 평균 2㎜정도여서 돋보기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남극지방의 빙산이 푸른빛을 띠는 것은 바로 눈의 결정구조가 푸른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눈 내리는 날 폴짝거리는 것은 눈을 좋아해서도, 발이 시려서도 아니다. 개의 망막엔 명암을 구별하는 간상체는 많지만 색을 구별하는 추상체가 적어 흑백만 구별한다. 그래서 사방이 온통 검은 겨울밤 눈이 내리면 개에게 상당히 자극적이다. 하지만 강아지가 아무리 짖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눈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흡음제는 구멍이 많은 물질을 사용하는데, 소리가 구멍의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반사되는 새 에너지 대부분이 열로 바뀐다. 육각형 결정이 뭉쳐진 눈은 훌륭한 흡음제이다. 그래서 가까이 개 짖는 소리는 아득하고, 내리는 눈이 쌓이며 부서지는 사락사락 소리만 들릴 뿐이다. 사랑 고백이 저절로 나올만 하다.

이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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