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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PC' 꿈이 현실로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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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자종이, 입는 컴퓨터」21세기를 열어가는 2000년 정보통신업계에서 디지털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주목하는 신기술들이다. 오래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이들 기술은 올들어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화려한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전자책(e-book)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 디지털 3총사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신기술. 종이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전자책은 일반 서적과 달리 액정화면(LCD)이 달린 노트북형태의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다.

「아톰대신 비트로 읽는다」라는 전자책의 대표주자인 누보미디어사의 선전문구처럼 책 내용을 디지털파일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전송받을 수 있다. 전송받은 내용은 단말기에 저장할 수 있다. 단말기 1대당 500페이지짜리 서적 1,000권 분량을 담을 수 있다. 단말기 가격은 199달러에서 1,600달러까지 다양하며 인터넷에서 전송받을 수 있는 디지털파일은 20달러안팎이다.

전자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 98년말 미국의 누보미디어와 소프트북프레스는 단말기인 「로켓e북」과 「소프트북」을 각각 개발했다. 뒤를 이어 리브리어스가 「밀레니엄리더」를 선보이며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불을 지폈다.

디지털서적의 대표주자는 넷라이브러리.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종이로 된 책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디지털작업을 벌이고 있다. 랜덤하우스도 지난해까지 5,000종의 디지털서적을 갖췄으며 올해안에 2만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도 고단샤(講談社) 등 30여개 출판사와 NTT 등 정보통신업체가 지난해말 100억엔규모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책 보급에 나섰다. 컨소시엄은 앞으로 인공위성과 인터넷을 통해 전송한 책 내용을 20권 분량까지 저장할 수 있는 미니디스크(MD)에 담아 갖고 다니며 「PC뷰어」라는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는 아직 초보단계. 최근 창업한 이키온이 국내 최초의 단말기 개발업체. 이 업체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단말기와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서적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이 홈페이지(www.arira.com)에 자신의 수필집인 「질라래비 훨훨」을 전송받아 볼 수 있도록 휴대용 정보단말기인 「팜파일럿」용 파일로 올려놓아 주목을 받았다.

전자종이(e-paper)는 딱딱한 전자책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개발된 신소재. 전자책처럼 내용을 디지털파일로 기록하고 지울 수 있지만 재질은 종이처럼 부드럽다.

지난해 미국 제록스에서 4년간에 개발끝에 성공한 신개발품으로 3M과 제휴를 통해 올해부터 상품화할 계획이다. 일반종이보다 약간 두꺼운 전자종이는 액정화면 비슷한 표면에 내용물이 표시되며 재질이 부드러워 말거나 접을 수 있다.

뒤이어 루슨트테크놀로지도 E잉크와 공동으로 올해안에 플라스틱 전자표시장치를 이용한 전자종이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액정화면대신 루슨트의 벨연구소에서 97년 개발한 휘어지는 성질의 플라스틱을 화면으로 이용하고 E잉크의 전자잉크를 사용해 내용물을 표시할 계획. 종이처럼 연한 플라스틱 화면에 전류가 흐르면 디지털 부호를 내장한 전자잉크가 선명한 컬러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입는 컴퓨터(wearable PC)는 더 작고 편한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말 그대로 PC를 의복처럼 입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자이버너트(www.xybernaut.com)는 지난해 가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행사에 입는 컴퓨터인 「모빌 어시스턴트Ⅳ」를 선보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2파운드 무게의 펜티엄Ⅱ 233㎒급 프로세서가 내장된 PC본체는 벨트처럼 허리에 두르고 초소형 키보드는 팔찌처럼 팔에 감도록 돼 있다. 본체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98」 및 무선인터넷접속장비가 들어 있어 전자우편 수신 및 정보검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머리에는 권투선수들이 쓰는 머리보호대처럼 생긴 헤드셋을 착용한다. 헤드셋에 달린 안경크기의 외눈렌즈가 모니터를 대신하며 한쪽 옆에는 디지털카메라까지 부착돼 있다. 가격은 약 9,000달러. 아직은 비싼 편이다.

일본의 엡슨세이코도 지난해말 손목시계형 PC인 루퓨터(Ruputer)를 발표했다. MS의 윈도95가 들어 있는 이 제품은 486급 프로세서와 128KB 용량의 주기억장치를 갖추고 있다. 전자수첩 대용의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으며 무선적외선장치가 내장된 정보기기와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이버너트와 제휴해 올해안에 알파프로세서를 탑재한 입는 컴퓨터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의 파랩소프트웨어와 스탠포드대학에서 지난해 성냥갑크기의 초소형 인터넷서버를 개발하며 네트워크 운영에 필수적인 서버에도 미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급기야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원생이 1㎙미만의 초소형 웹서버를 개발, 전자우편 및 홈페이지운영 등의 인터넷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초소형 서버가 등장함에 따라 올해안에 사람이 서버를 휴대하고 다니며 인터넷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이동형 인터넷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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