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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가득 안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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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가득 안고 오세요"

입력
200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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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첫날 아침 첫 햇살에 미래 희망을 싣습니다』31일 아침 서울 청량리역에서는 강릉행 무궁화호 521호 열차(기관사 김영구)가 새천년 해맞이 여행객 428명을 태우고 정동진을 향해 힘찬 기적을 울리며 출발했다.

2000년 1월1일 새벽 동해에 구름이 껴 일출의 장관을 목격하기 힘들다는 예보에도 불구, 이 열차는 가족 연인 등 승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부인과 5년만에 여행을 떠난다는 박모(52)씨는 『IMF 한파로 98년 초 실직한 이후 재기하기 위해 2년간 고생이 심했다』며 『새로 시작한 문방구가 그럭저럭 자리를 잡고 있어 새천년은 지난 천년보다 훨씬 행복할 것 같다』고 감회를 밝혔다.

부인, 자녀 2명과 함께 열차에 오른 최상규(崔相奎·42·자영업·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정을 나누고 사랑과 건강을 기원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5월 결혼을 앞둔 중학교 교사 이모(29)씨는 『우리의 새 출발을 첫 태양에 신고하겠다』며 약혼녀의 손을 꼭 잡았고, 남자친구와 화해의 여행을 떠난다는 회사원 박선희(朴善熙·25)씨는 『21세기에는 서로를 더욱 신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실었다.

뉴밀레니엄 기념으로 친구들과 정동진을 찾는다는 여대생 유모(23)씨는 『눈쌓인 기차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눈 덮인 바닷가에서 일출을 본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0일 대학입학원서를 접수시켰다는 재수생 최모(19)군은 『모든 것을 잊고 새천년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그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열차승무원 김낙희(金落希·32)씨는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쉽지만 해맞이 승객을 모신다는 보람에 힘이 솟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떠나는 해맞이 열차는 이날 9편이 출발했는데 오후2시 이후에는 모든 예약이 완료됐다. 정동진 등 동해안 지역으로 향하는 여행객은 이날 청량리역에서만 평소의 3~4배인 7,000여명에 이르러 정동진 일대는 밤 늦게까지 숙박과 주차난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동진=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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