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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만화 내가있다"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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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만화가 오는가? 만화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SF장르만이 유독 침체한 한국만화계. 김형배 이후 90년대 본격SF만화의 대를 유일하게 잇고 있는 이태행(30)이 「타임시커즈」 3편을 최근 내고 연재 중이며, 지난달부터는 전건일(29)이 「네트클리너」로 SF장르에 도전하고 있어 주목된다.「헤비메탈6」 「에어리언 킬러」 등으로 90년대 초반 SF만화를 지켜오며 일본SF만화와 맞서 홀로 맞서 싸웠던 젊은 장인 이태행. 2년동안의 휴식기를 거쳐 지난해 6월부터 「주니어챔프」에 「타임시커즈」를 연재하며, 정교하면서 독창적인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SF적 상상력을 듬뿍 싣고 있다.

큰 전쟁이 지나가고 난 미래,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를 수집한다. 그 임무를 맡은 대원이 「타임시커즈」다. 타임머신 「워프」를 타고 20세기로 와 갖가지 모험을 겪다는 얘기다. 시간을 재구성을 하는 솜씨가 녹록찮다.

「부킹」에 4회까지 된 「네트클리너」 는 이태행이 스토리를 쓰고 전건일이 그림을 맡은 작품. 인류의 생활이 사이버 공간으로 통해서 이루어지는 미래, 개인의 아이디를 조작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특수요원의 활약을 그린다. 이태행에 이어 본격 SF만화가로 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한국 만화계는 80, 90년대를 지나면서 환타스틱, 무협, 명랑, 순정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자리잡고 있지만, 유독 SF장르만이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60년대 산호의 「라이파이」가 SF만화의 문을 연 이래 70중후반 김형배의 「20세기 기사단」 「최후의 바탈리온」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로봇만화들이 양산되기도 했지만, 대개가 일본 SF 만화의 모방에 그쳤고 8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작품 자체도 줄어들었다.

SF만화는 소재나 세부적인 배경까지도 작가의 창조와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가장 만화적인 장르다.

「철완 아톰」에서 시작해 최근의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등 일본 만화의 걸작들이 바로 SF다. 하지만 그만큼 폭넓은 상상력과 정교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장르.

한국만화계에 SF 장르가 확립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물량공세 위주의 다량 생산체제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힘들게 SF만화를 그리지 않았던 것.

「부킹」 의 박성식 팀장은 『이제는 질적인 승부를 시작해야하는 시점에 섰다. 그런 면에서 SF 만화의 불을 지피는 데 이들 작품이 도화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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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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