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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3) 아직도 먼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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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3) 아직도 먼 정치개혁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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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위의 중심인 정당이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지 않고는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하지만 해방이후 50여년의 짧지않은 역사를 거치면서도 우리나라 정당은 공당(公黨)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오너」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당(私黨), 또는 붕당(朋黨)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보스정치는 「3김(金)정치」 형태로 구체화했다. 보스정치는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자금 조달 및 운용을 경제적 기반으로 삼아 시스템보다는 계보와 돈으로 군림하는 패거리 정치문화를 형성해왔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학자들의 일치된 견해. 박상병(朴庠秉)정당정치연구소 기획실장은 『정치보스들은 중진의원들조차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계보정치와 「돈먹는 하마」와도 같은 고비용 정치구조로 정당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아왔다』고 분석한다.

유권자들의 지지가 아닌 정치보스가 수혈하는 피(정치자금)로 생명을 이어가는 왜곡된 정당조직은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지구당에도 기형적 구조를 강요하게 마련이다. 지난해부터 무성한 정치개혁 논의에서 지구당은 「돈먹는 하마」라는 비난과 더불어 개혁대상 1호로 찍혀있는 상황. 당원의 당비가 걷히지 않는 현실에서 결국 보스의 음성적 정치자금 조달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구당은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낙하산후보의 선거사무실과 지역민의 민원창구에 불과, 비용만한 효율이 없는 조직. 상당수는 정당에 몸담아 한몫을 챙기려는 기생당원까지 먹여살려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정당정치가 시스템화 한 선진외국은 우리 같은 지구당 조직이 없다. 대부분 당원들의 당비로 떳떳이 운영비를 만들고 반면 후보자 선출권 등을 갖고 중앙당에 제목소리를 내는 조직을 갖고 있다.

해방후 정치사에 이름을 남긴 정당만도 100여개 안팎. 정치거물들의 개인적 이해에 따라 간단히 존망이 결정돼온 정당정치구조를 제도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우리 정치는 언제까지나 낡은 세기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송년기획] 계보원과 돈으로만 굴러가는 '기형정당'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저 눈 밖에 나지않으려고 입을 다물게 된다』 「오너」에게 찍히지 않으려면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한 초선의원의 고백이다.

공천권(사람)에다 정치자금(돈)까지 한 손에 쥔 강력한 보스의 한마디에 초선은 물론, 중진까지 꼼짝없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 당연히 정당은 퇴행을 거듭하며 시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당의 보스는 강고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각종 선거에서 엄청난 득표력을 발휘한다. 득표력은 곧 공천권으로, 공천권은 정치자금 동원력으로, 자금력은 다시 계보관리 능력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사슬구조를 만들어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은 『강력한 보스가 군림하는 우리 정치는 정치노선과 이념에 공감하는 자발적 당원은 없이, 오직 계보원과 돈으로만 굴러가는 동원적 정당조직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한다.

정당의 이념과 노선을 지지, 당비를 내면서 당의 주체로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일반당원이 없는 정당은 뿌리가 거세된 채 오로지 중앙당의 수혈(자금지원)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면치 못한다.

또다른 초선의원의 전언. 『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지구당입니다. 세비로는 어림도 없는 지구당 운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원금에 매달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중앙당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지요』 실제로 한달 지구당 운영비로 사용되는 돈은 초·재선이 1,500만~2,000만원, 3·4선이 3,000만원, 고위당직자나 5선 이상이 최소한 5,000만원 이상이다.

보스정치의 연원은 30여년간 계속된 권위주의 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재자들이 권력행사와 유지를 뒷받침할 목적으로 정당을 창당, 운영함에 따라 야당지도자들도 이에 항거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을 키워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닮아간 것. 귄위주의 체제의 유산인 보스정치는 이제 새천년을 앞둔 한국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정치권 스스로 보스정치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초·재선의원들이 나름대로의 시도를 했으나 결과는 높은 벽을 실감하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아주대 김민정(金玟廷·정외과)박사는 『현재 논의중인 여야의 정치개혁협상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린 선거구제에만 집중되는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동맥경화증에 빠진 우리 정당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정당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인 유권자부터 중요하다는 결론. 즉 정치인을 움직이는 득표력이라는 힘이 정치보스의 지역패권주의와 조직장악력에서가 아닌, 유권자로부터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림대 김용호(金容浩)교수는 『선진외국의 경우처럼 후보의 정책을 지지하는 단순지지자와 재정 후원자, 특별한 행사의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지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민주적 절차제도의 중시도 정당 오너 체제의 극복방안의 하나. 정치개혁시민연대 김병문(金秉文)기획위원은 『당운영이 인치(人治)에서 벗어나 제도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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