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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시험 관리가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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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시험 관리가 이래서야

입력
1999.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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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시험 영어 듣기평가 재시험 파동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시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해당시간 비행기 이착륙까지 자제시키고 온나라가 숨을 죽이다시피 하는 시험인데, 수신용 라디오의 잡음이 문제가 됐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라디오가 그렇게 비싸고 귀한 것인가.그런 문제가 일어난 시험장이 한 두곳이 아닌데다 재시험을 치지 못한 수험생들의 형평성 시비가 시끄러워져 소송 사태가 우려된다. 같은 시험장에서 일부 수험생만 방송을 두번 듣고 문제를 푼 결과가 됐으니 누구도 불공정성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잡음이 많아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의가 제기됐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실수를 탓하기 전에, 이런 파동이 일어난 메커니즘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전에 수신기 기능을 점검해 잡음이 없는 것을 배치하는 것이 시험관리의 기본이다. 잡음이 심한 것은 고사하고, 어떤 수험장에서는 라디오 두대 중 한대는 아예 방송이 나오지도 않았다니 이런 무책임한 시험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수험생들에 따르면 라디오의 성능과 종류도 제각각이어서 시험장마다 방송상태가 달랐다고 한다.

동일한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당국이 라디오 준비를 각학교에 떠맡긴 결과다. 학교측은 라디오 구입 예산이 없어 학생들에게 가져오게 하거나, 기존 비품으로 일부를 대체하는 형편이어서 라디오 성능과 품질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수능시험에 영어 듣기평가 항목이 채택된 93년 이후 비슷한 말썽이 되풀이되는데도 시험관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점이다. 95학년도 수능시험 때는 부산지역에서 라디오 잡음이 말썽이 됐고, 98학년도 시험때도 서울 지역에서 잡음 때문에 시험이 끝난 뒤 비상용 테이프를 이용해 재시험을 치른 일이 있었다.

트럭 한대만 지나가도 전파방해를 받는다고 신경을 쓰고, 비행기 이착륙 자제까지 요구해온 교육당국이 수신기의 품질을 통일할 생각을 못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듣기평가 시험에는 수신기 준비에 관한 규정도 지침도 없다고 한다. 다만 시험 전에 방송시설을 잘 점검하고 볼룸을 잘 조절해 수험생이 알아듣기 좋게 한다는 정도의 일반지침만 있을 뿐이다. 17개 문항 24점이나 되는 듣기평가 시험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는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신기 품질을 통일하고 세심한 관리원칙을 제시하는 등 더이상 어처구니 없는 국력 낭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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