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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비젼] "한국영화 수출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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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비젼] "한국영화 수출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입력
199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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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영화견본시 중의 하나인 밀라노필름페스티벌(MIFED). 12-17일 열렸던 견본시에 그간 주춤했던 한국 영화수입상들의 발길이 다시 몰렸다. 200여명.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 한편을 서로 사겠다며 남의 나라 부스에서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사오는 「망신」을 올해도 반복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조용히 실리와 명분을 챙긴 사람들이 있다.국내 해외배급전문사 ㈜미로비젼. 채희승(25)대표는 『해외출장 등으로 바빠 졸업장을 찾아오지 못해』 며칠 전에야 2월에 받았어야 할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졸업장을 손에 쥔 아직 풋풋한 청년이다. 그가 지난해 8월 세운 미로비젼이 한국 영화 수출의 주요한 전진기지가 됐다.

대만의 메이저배급사인 「CMC그룹」에 장윤현 감독의 「텔미썸딩」,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를, 일본 시네마스콜에 「미술관 옆 동물원」을 미니멈 개런티 62만달러에 팔기로 했다. 수출기본계약(딜 메모)이라 「정식 계약서」와는 다르지만, 11월초 계약금의 50%를 입금하기로 날짜까지 확정하는 등 믿을 만한 계약이다. 특히 「텔미썸딩」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으로 예고편만 보고 전격 구매를 확정한 것이 고무적. 게다가 「쉬리」의 대만 판권보다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작품완성이 1년쯤 남은 「원더풀 데이즈」는 프랑스 카날플뤼등 메이저 배급사에서도 구매 의향을 타진하고 있으며, 「텔미썸딩」의 경우는 일본 배급사에서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어 개봉 이후 국내 흥행을 근거로 수출가를 더 올려볼 작정이다. 미개봉작 배창호 감독의 「정」은 프랑스에서만 7군데가 경합중이다.

『중국이나 일본 영화에 대해 붐이 일었던 것처럼 한국영화에 관심이 부쩍 커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채희승 대표는 『올 1월 클레몽 페랑(단편), 칸, 선댄스, 로테르담 등 주요 영화제는 물론 크고 작은 영화제와 견본시에 꾸준히 참가해 한국영화 판매의 「원칙」을 세워 놓은 점이 가장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일단 예고편을 잘 만들어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어야 하고, 예술영화는 영화제에 자주 나가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그가 깨달은 전략 중의 하나.

그가 영화 수출 전담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 것은 영화잡지 객원기자로 영화제 취재를 하면서. 김기영, 박광수 감독의 영화가 외국 영화제에 출품됐지만, 누구도 마케팅을 「핸들링」하는 사람이 없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배급」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 『진짜 울분을 느꼈다』 는 얘기. 여기에 NYU영화학 석사출신으로 대우영상사업단에서 실무를 익힌 문혜주이사(35), 현대자동차 유럽지역 수출을 담당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던 이송원(34)국제부장이 각각 올 2, 3월 입사하면서 그의 「라인업」은 더욱 막강해졌다.

단편 영화 「소년기」 「베이비」 「하우등」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채대표는 『우리 영화는 어차피 외국의 틈새(Niche) 시장을 노린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 영화가 갖고 있는 5%내외의 시장을 한국이 일부 점령할 수 있다면 그것만해도 큰 성과』라고 말한다. 일본, 미국의 「뻔한」 교포 수입업자가 아닌 새로운 루트를 개척,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의 가장 큰 자랑. 연내 100만달러 이상의 유럽, 미국 수출 계약, 내년초 외국과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게 그의 목표이다. 시작은 작지만 결과까지 그렇지는 않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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