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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국감장의 불청객들

입력
1999.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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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종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15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자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실시되는 국감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충실한 감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의원들의 꼴불견행태는 개선되지 않았다.정책감사는 뒷전인채 지역구의 민원성 질의를 하거나 자주 결석·이석을 하고, 질문만 해놓고 답변은 서면으로 일괄제출토록 하는 식으로는 국정감사가 충실해질 수 없다. 앞으로 1주일 남은 기간에 이같은 행태가 불식될 것같지도 않다.

올해 국감에서 두드러진 현안은 시민단체의 참여문제이다. 국정감사모니터 시민연대가 국감과정에 참여,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한다고 나서면서 공방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의정활동 평가를 통한 국정참여를 내세워 국감모니터에 나섰지만 의원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시민단체가 잘 하는 의원, 못하는 의원의 명단을 공개하자 고유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범법행위라는 말까지 했다. 급기야 일부 상임위에서는 모니터요원들을 쫓아내는 일이 벌어졌다. 또 방청을 요청하는 공문에 구두로 허용해놓고 모니터요원들이 들어오려 하자 방청뒤 개별의원에 대한 평가를 공표하지 않는 단체만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상임위도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시민단체의 국감모니터를 완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KBS TV가 7일 밤 「쟁점토론」을 하면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94.3%가 완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방청 일부제한에 찬성한 사람은 5.7%에 불과했다. 부패지수 1위라는 의원들에게만 국감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이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채 무슨 근거로 의원들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냐』며 국감모니터를 거부하고 있다. 의원들은 법률가로, 사학경영자등으로 해당 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소속 상임위활동을 통해 늘 현안을 다루고 있다며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정책과 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약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의정활동의 관행이나 국회풍토에 관한 전문성일 것이다. 또 의원들이 말하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한 분야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한 전문성은 자신이나 소속집단의 이익에만 기여하는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부패지수 1위인 의원들의 전문성은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대표성문제는 시민단체가 고심해야 할 대목이다. 싫든 좋든 국민의 대표로 뽑힌 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으려면 대표성에 흠결이 없어야 하며 광범하고 깊이있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훈련된 모니터요원을 국감장에 내보낸다 해도 대표성이 약하면 의미가 되색된다.

시민단체들로서는 자신들의 질의요구를 국감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거나 부실한 의원들의 낙선운동에 나서는 식의 활동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은 의원들의 지적대로 해당 지역구민들의 선거권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뉴 밀레니엄은 「제5의 권력」NGO(비정부기구)가 더욱 활발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NGO의 활동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NGO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같은 분야에 너무 많은 단체가 조직돼 서로 충돌하고 자기 단체의 이익만 추구하는 권력집단이 돼버리는 부정적 현상도 우려된다. 마침 11일부터 서울에서는 NGO세계대회가 열린다. 이번 회의가 국감참여를 비롯한 국내NGO의 활동에 일정한 지침과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철순 (편집국 국차장)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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