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 때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혁을 부르짖는다. 군사정권에서부터 김영삼정권에 이르기까지 개혁은 국정지표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이 주창했던 개혁은 정치보복으로 비쳐졌거나 비전과 철학이 결여된, 실패한 개혁으로 끝났다. 김대중정부도 개혁을 지상목표로 설정하고 강공드라이브를 하고 있지만, 국정전반에 대한 개혁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재벌개혁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지만, 개혁의 핵심인 정치분야는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정치개혁의 요체는 정치인 및 정치분야에 얽힌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다.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으로 정치인과 기업인의 부패고리를 과감하게 끊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이 부패지수 1위로 꼽히고 있을까.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돈이 필요악이다. 때문에 여야는 이번 기회에 당리당략을 떠나 부정부패의 근원을 차단하고, 「검은 돈」이 없어도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치개혁을 해야한다.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개혁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데 지금 여권은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도입만이 정치개혁의 핵심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과연 정치개혁이 되는 것일까. 지나간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그것은 분명 아니다. 여권은 이 제도만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돈 안드는 선거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취약지에서 1-2개 의석을 얻을 개연성이 있다고해서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김대중대통령은 재벌개혁을 이룩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벌개혁도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돈 안쓰는 정치, 돈 덜쓰는 선거, 정당구조조정, 1인지배 보스정치 청산, 당내 민주화 실천에 그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조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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