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의 파업을 과연 누가 어떻게 유도했느냐를 놓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가 26일 막을 올렸다.첫날 여야 의원들은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사장 등을 상대로 조폐창 조기통폐합의 자율성 여부,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역할 등에 대해 추궁했다.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역할 진전부장이 조기통폐합과 파업유도를 했는지에 대해 강전사장은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묘한 줄타기를 했다. 강씨는 우선 『진전부장은 98년9월 중순께 임금삭감 협상을 하지 말고 정부 방침대로 구조조정을 하라는 취지로 압력을 넣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 등의 추궁이 이어지자 『진전부장으로부터 「구조조정 반대파업은 불법이기 때문에 즉시 공권력을 투입, 제압해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또 『진전부장이 「노조에 수용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라」고 말했다』고 답변, 「파업유도」의 개연성을 일단 인정했다.
강씨는 그러나 『당시엔 고등학교 선배인 진전부장의 개인적 충고로 알았으며 파업을 유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마지막 순간에 말꼬리를 돌렸다. 강씨는 다만 『나중에 진전부장이 기자들에게 나를 지칭하며 「파업유도」를 언급했다는 얘기를 듣고 진전부장의 의도를 처음 알았다』고 말해 의원들을 헷갈리게 했다.
◇조폐창 통폐합의 자율성 논란 여야 의원들은 강씨가 98년7월까지만 해도 「임금삭감을 통한 경영혁신」을 옹호하다가 8월들어 결심을 바꾼 이유를 캐물었다. 이에 대해 강씨는 『조기통폐합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9월말까지 임금삭감 협상에 주력했으나 결국 결렬돼 마지막 대안으로 조기통폐합을 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당초 조기통폐합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기획예산위등에 전달한 것과 관련, 『인원정리가 수반되는 통폐합을 끝까지 막아 보려 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야당과 일부 여당의원의 질문은 또 파업유도가 경영부실에 따른 강씨의 개인적 「위기탈출용」이 아니었느냐는 데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대해 강씨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진전부장의 압력을 받고도 임금삭감 협상을 계속했으나 실패, 조기통폐합을 결정했다』며 「자율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획예산위등 여타 기관의 개입여부 야당의원들은 검찰뿐만 아니라 당시 기획예산위는 물론 청와대까지도 조폐창의 조기통폐합과 파업에 개입했지 않았느냐고 강씨를 몰아세웠다. 강씨는 『기획예산위가 7월5일 실무안에서 통폐합을 마련했을 때는 이는 즉시 하라는 것이었으며 2001년까지 연기한 것은 내가 백방으로 뛰었기 때문』이라고 답변, 기획예산위가 구조조정을 독촉한 사실을 시인했다.
강씨는 그러나 『그것은 기획예산위의 본연의 업무였지, 압력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씨는 청와대가 통폐합 과정을 점검하는 등의 개입을 했는지에 대해선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일축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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