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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학] 대중문화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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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학] 대중문화의 메카

입력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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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 이휘재, 신동엽, 차태현, 전도연, 안재욱, 김민종, 박미경….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연예인. 둘째,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서울예전) 출신.다 헤아릴 수가 없다. 멀리로는 신구, 전무송, 오태석 등 중견에서부터 최근 H.O.T의 문희준, 코미디언 김효진 등에 이르기까지 서울예대 동문회는 그야말로 「스타의 잔치」를 방불케 한다. 우리나라 방송연예인의 40% 정도를 서울예전이 배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오죽하면 『방송 3사가 파업하면 방송 파행 정도로 끝나지만 서울예전 출신 연예인들이 파업하면 파국을 맞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끼 있는 학생은 다 모여라

문단에서부터 방송·연예계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막강 계보를 형성하는 서울예대. 서울예대는 대중문화의 급성장에 따라 「대중문화의 권력」으로 발돋움했다.

『4년제 서울대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의 미래를 책임진다면 2년제 서울예대는 문화·예술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이 자그마한 학교의 힘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방송연예과 심길중 교수는 고교 시절 학업 성적보다는 나름의 끼와 재능을 가진 학생이면 「1등급에서 15등급까지」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특유의 입시제도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입시에서 실기고사 성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별로 40~60%. 보통 30% 미만인 타대학 관련학과에 비해 월등히 높다. 12개 학과 중 연극과·영화과·방송연예과 등 7개 학과는 아예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엄격한 학사관리

「수업 빼먹는 것 빼고는 무엇이든 허용하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도 대중문화의 산실이 된 중요한 요인. 「찢어진 청바지와 머리 염색의 진원지는 서울예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은 분방하다. 「튀는」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심교수는 『서울예대에는 논리와 이성보다 직관과 감성이 발달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교수의 역할이란 학생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만큼이나 빡빡한 학사관리로도 유명하다. 성적과는 별도로 결석 3번이면 어김없이 F학점이 떨어지는 이른바 「FA 제도」가 있다. 학교측은 연예계에 진출하는 학생에게는 아예 휴학을 권유하고 있다. 서울예대에 학적을 두고 있는 연예인 중 3~4년이 지나도록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끝내 소정의 교과과정을 끝내지 못해 졸업장이 없는 동문만도 전체의 20%선』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말한다.

현장 중심의 서울예전 커넥션

대중문화 각 분야에 넓게 포진해 있는 동문_교수진_학생으로 이어지는 현장 중심의 이른바 「예전 커넥션」은 서울예대 문화권력의 또다른 원천이다. 문예창작과의 최인훈(소설가)·오규원(시인)·김혜순(시인), 극작과의 윤대성(극작가)·오태석(연출가), 방송연예과의 표재순(전 SBS 사장·세종문화회관 이사장)·구민(성우), 영화과의 강한섭(영화평론가), 실용음악과의 이정선(가수) 등 현장에서 이름을 떨친 교수진을 통해 학생들은 일찍부터 현장의 생생한 공기를 호흡한다. 일종의 도제 시스템 속에서 강의실 자체가 실습장이자 오디션 장소가 되는 것이다. 선배 동문들은 수시로 교수 연구실로 찾아와 『쓸 만한 후배 없습니까』라고 묻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1,000평에 불과한 낡고 비좁은 본관 건물, 거의 전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만 운영되는 빠듯한 학교 재정 등은 문제다. 특히 의대 수준에 육박하는 비싼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에게 서울예대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훈장이다. 스스로 이 길을 선택했고, 대중문화의 최전방에 서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정신. 이것이야말로 문화의 세기라는 2000년대를 맞는 서울예대의 든든한 밑천이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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