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부모 몰래 나가 미스코리아 선, 동생은 호기심에 출전해 미스코리아 미」. 미스코리아 자매가 또 탄생했다. 99 미스코리아 미 설수현(22·외국어대 서반아어과·사진 오른쪽), 96선 수진(24)자매. 84 진 최영옥, 87 선 연희자매에 이어 두번째. 수진 수현자매는 요즘 여기저기서 「미스코리아 자매」라는 찬사를 받느라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미스코리아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96년. 당시 경원대 동양화과 2년에 재학중이던 언니 수진씨가 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하면서부터. 『서양화 강의를 맡고 있던 교수님의 권유로 나갈 결심을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펄쩍 뛰는 거예요. 특히 아버지가 워낙 보수적이시거든요』
아버지(설경일·53·사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진씨는 몰래 대회출전을 강행했다. 어머니 이성희(54)씨는 『부모 반대로 미스코리아가 되지 못했다고 원망할 것 같아』 마지못해 허락했다. 대회 이틀전 일은 터졌다. 평소와 다른 화장에 아버지의 눈길이 쏠렸다. 『화장품가방이 내팽개처져 박살이 났습니다. 아버지한테 이 때만큼 심하게 야단맞은 적은 없었으니까요』 「입상하더라도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조건을 달고서야 승락을 받았다. 그러나 동생은 정반대였다. 「아름다움만 앞세우는 것이 왠지 싫었다」는 아버지의 생각도 달라졌다. 오히려 후원자가 됐다. 합숙기간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는데 『동료들에게도 나눠주라』며 약까지 갖다 주었다.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이쁜이」로 불렸다. 이름은 몰라도 동네에서 「이쁜 집」하면 통했다. ROTC대위 출신인 아버지는 풍채좋은 호남형이어서 체형은 아버지, 미모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1남2녀를 둔 설경일씨의 딸 사랑은 각별하다. 동생 수현씨는 『지금도 저녁8시 이후에 집에 들어오면 혼납니다. 미팅은 커녕 술 자리에도 한 번 못가고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언니의 대학생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고 털어놓는다.
친구같은 언니의 도움은 대회때 절대적이었다. 「하이힐을 신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해라」 「합숙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라」 등 워킹, 화장, 머리손질, 의상 등에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큰 외할아버지인 고 가람 이병기 선생의 영향탓인지 어머니와 함께 자매의 취미는 글쓰기. 96년 대회 인터뷰에서 희망이 「대통령」이라고 답해 화제를 모았던 언니는 평소 관심이 많은 시사문제를 다룬 「미스 대통령」이라는 수필집도 출간한 바 있다.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는데 「당돌하다」 「철없다」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수진씨는 요즘도 일기를 매일 쓴다.
대회이후 「어떻게 한 집안에서 미스코리아가 두명이나 나느냐」는 축하인사도 즐겁지만 자매는 꿈을 향해 달릴 준비에 분주하다. 현재 SBS 드라마 「약속」에서 「정윤」역을 맡고 있는 언니는 연기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며 동생은 방송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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