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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신세대] 안향미 "야구가 좋은데 어떻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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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신세대] 안향미 "야구가 좋은데 어떻게해요"

입력
199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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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녀. 열여덟살 안향미(덕수정보고 투수)는 평범하다.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군것질을 즐기는 그저 그런 보통의 여고생. 한살 터울의 남동생과 티격태격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 지누션이니 핑클이니, 또래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에 푹빠져있는 것도 그렇다.그런데 평범하지가 않다. 또래 아이들이 책속에 파묻혀 있을 시간, 안향미는 글러브를 끼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이름 앞엔「국내 유일의 여자 야구선수」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다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뭐 하러 여자가 야구를 하냐』. 이 정도는 낫다. 『좀 이상한 얘 아냐』 『계집얘가 재수 없이…』등등. 8년간 야구를 해오며 수도 없이 들어온 얘기였고 앞으로도 계속 들어야할 얘기인지도 모른다.

야구와의 첫 인연이 재밌다. 원래 한살 터울 남동생이 목동에 있는 리틀야구단에 다녔다. 남동생이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을 잃고 헤맨뒤로 누나 안향미를 딸려보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안향미는 동생이 야구하는 모습을 멀찌감치서 지켜보다 자신도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그 동생은 1년뒤 야구를 그만뒀으나 안향미는 아직까지다.

진학이 항상 문제였다. 중학교에 진학할때도 6개월여 학교를 상대로 한 설득작업 끝에 겨우 문턱을 밟을 수 있었고 고등학교는 아예 교육청의 체육특기자 자격을 바꾸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 안화상(45)씨는 『야구를 계속 하고싶다』며 울먹이는 딸을 위해 모든 수모를 감수하고 뛰어다녔다.

들어가서도 문제였다. 남자만 득실대는 야구부에서 「홍일점」은 항상 「왕따」였다. 제발로 걸어나가게 하기위해 도를 벗어난 가혹한 훈련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안향미는 「독한…」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이를 악물었다. 동료선수들과 어울리는 문제는 고등학교 들어와 새로운 요령을 터득했다. 여자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는 이른바「마담뚜 작전」이었다.

제일 부러운게 「힘」이다. 중학교때까지만해도 몰랐는데 고등학교 들어와서 남자들과의 힘차이를 절감한단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도 해태의 양준혁이다. 그래도 안향미는 동료들 사이에서 「마구」로 통하는 100㎞대의 공을 뿌리면서 투수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아니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더할 나위없이 좋다.

앞으로가 문제다. 길이 없다. 직접 만들어 나가야한다. 안향미는 『지금까지 해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평범한 소녀의 얼굴에는 그래서 그를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오기가 숨어있다. 『계속할거에요. 대학에서, 프로에서 안받아주면 미국에 가서라도요』.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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